76. 공돈

주머니에서 찾은 정체 모를 쌈짓돈 같은

by 꼬솜

남편은 리얼터로부터 8월 21일까지 디파짓에서 청소비용 빼고 수표를 보내주겠단 이메일을 받았다고 했다. 그전에 살던 콘도나 타운하우스에선 이런저런 명목을 다 끌어다가 디파짓을 돌려주지 않았다. 나쁜 시키들. 공돈을 그렇게 만들어 먹다니! 파손한 부분도 없는데 꼬투리 잡아 안 돌려주는 거였다. 보통 미국에서 디파짓은 한 두 달 치 월세라고 보면 된다. 이런 상황에서 리얼터가 수표를 보낸다기에 감사했고, 5~6백 불 정도면 많이 받겠거니 했다.


퇴근길에 날 픽업하러 온 남편이 굿뉴스가 있다며 오래간만에 환하게 웃으며 흥분된 어조로 "링링이 1925불짜리 수표를 보냈어" 으앵??? 왜 천불이 넘지? 4년 반전일이라 디파짓을 천불 냈다고 착각한 거다. 계약서를 보고서야, 기억이 잘못됐음을 알았다. 그때 월세가 1650이라서 3300불이어야 하는데, 리얼터가 퉁쳐서 디파짓을 2천 불로 책정했었던 거다. 근데 난 왜 천불로 착각했던 거지?


그저 나갔던 돈이 돌아온 것뿐인데, 예상치 못한 금액이 돌아왔기에, 수박, 스팸, 땅콩버터, 치즈만 사러 가기로 했던 우리는 초코칩 쿠기, 베리쨈, 로티서리 치킨, 오렌지 치킨, 만두도 덤으로 더 사서 130불어치나 장을 보고 왔다. 평소 3~4백 불어치 사다 요즘엔 딱 필요한 것만 100불 이하로 사기로 했던 터였다.


옷장 정리하다 주머니 속에서 발견한 지폐, 소파 정리 하다가 찾은 동전, 세탁기나 건조기에서 찾은 동전처럼 공돈이 생긴 착각을 불러일으킨 리얼터의 배려가 담긴 수표. 이사와 휴대폰 2대 구입으로 유난히 목돈이 들어갔던 터, 근무 시간 단축으로 급여도 쪼그라든 상황이었다. 목말라 있던 급여계좌에 숨통 트이게 해 준 하늘에서 날아든 공돈에 그저 행복했던 하루.



백일 쓰기/ 일흔여섯째 날(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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