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노동절

시간제 근로자로 살아간다는 것

by 꼬솜

미국으로 떠난다며 고등학교 은사님께 인사드리러 갔다. "순미야. 일하지 마, 투 잡 쓰리 잡 절대 하지 마! 진짜 해야 되면 원 잡만 해." 투 잡, 쓰리 잡은 안 어색했는데, 원 잡은 어색했던 8년 전 그날. 은사님의 바람과 달리 현재 투 잡, 쓰리 잡 중이다. 날 잘 아셨기에 그리 당부하지 않으셨을까. 딸 삼고 싶어 하던 은사님의 고단하게 살지 말라던 바람. 그 따뜻한 마음이 생각나는 날이다.


요리사로, 치공사로, 그리고 베이킹 클래스 강사로, 문창과 대학생으로 시간을 쪼개고 쪼개고 또 쪼개 살아낸다. 주 7일 일하는 삶. 이십 대 때 삶을 이십 년 더 흘러 다시 반복하고 있다. 노동절이라 덴탈랩은 열지 않는다는 사장님 말씀이 야속했다. 덴탈랩에서 휴무는 무수입을 의미하는 시간제 노동자이기에.


오랜만에 내게 온 휴무, 무수입이지만 오롯이 주어진 이십사 시간. 그저 반갑고 반가워 그 시간을 꼭 다 채워 보내려 했다. 자정 바로 전에 일어나 글을 써야지 다짐했는데, 비루한 몸은 지쳐서 다시 잠이 들었다. 데이트하듯 매일 일상을 주고받는 지호랑 수다를 떨었다가, 새로 가입한 온라인 글쓰기 모임 회원들이 올린 글을 읽고 댓글 달며 두어 시간 보내고 나니, 벌써 시침은 4를 향했다.


글 쓰는 동안 또르륵 떨어지는 눈물, 바닷물보다 더 짠 통한이 고스란히 담긴 눈물을 밖으로 내보내다 보면 마음에 쌓였던 단단한 소금성은 어느새 조금씩 녹아내렸다. 글로 나를 치유하는 시간, 살금살금 다가와 앉는 냥이 빼고 모두 잠든 우리 집. 자기 전에 켜놓았던 TV 소리를 백색 소음 삼아 글 쓰는 새벽녘이 좋다. 고요함과는 거리가 먼 이 시간. 따뜻한 물로 몸을 데우며 나를 보는 시간.



백일 쓰기/ 여든여덟째 날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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