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월화수목금금금의 휴무

밀린 잠 자기 VS 넷플릭스 정주행 (무얼 선택하시겠어요?)

by 꼬솜

계속되는 강행군으로, 몸이 찌뿌둥하고 아플 것 같아 하루 쉬고 싶었다. 총괄 셰프는 병가처리해 줄 테니 며칠이 필요하냐고 물었다. 하루면 감사했다. 수개월째 월화수목금금금. 골프 클럽이 가장 바쁜 불금에 맞은 꿀보다 더 맛난 휴식


목요일 저녁 퇴근 전부터 설렜다. 밀린 잠을 푸지게 자볼까, 공부를 할까, 청소를 할까. 빤한 일상에 선택지가 별로 없어도 좋았다. 휴무일이 뭐라고 평소보다 들떠 늦게 잠들었다. 오래오래 많이 자려고 했지만 습관은 무서운 법. 새벽 4시에 눈이 저절로 떠졌다. 애써 눈을 감아도 잠은 오지 않고, 몸은 이미 천근만근. 갑자기 찾아든 오십견 때문에 팔을 제대로 못 올리는 건 여전했다.


휴대폰을 저 멀리 치워버려야 했다. 왜 또 근처에서 자길 보라며 유혹하는 건지. 밀린 잠 자기는 포기하고, 넷플리스를 열었다. 어머나! 김남길 님이 타란! 우연히 <도적-칼의 소리> 공개하는 첫날에 이 작품이 눈에 들어왔다. <나쁜 녀석들>, <38사 기동대>를 집필한 한정훈 작가가 극본을 썼다. <도적>은 1920년대 간도 배경으로 그린 만주 웨스턴, 누아르란다.


첫 화는 그럭저럭, 그 이후부터 조금씩 몰입도가 떨어졌다. 피 칠갑 하는 영화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믿고 보는 남길 님 때문에 참았다. 아, 이윤(김남길)과 언년(이호정) 첫 액션신 눈에 확 들어왔다. 이호정이란 배우를 처음 본 지라 더 눈이 똥그래졌다. 딱 그 씬만 열심히 봤다.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힘 빠지는 느낌. 남주와 여주가 생각보다 매력적이지 않아서였을까. 독립군 여주를 저리 민폐 캐릭터로 만들다니. 악역인 이광일(이현욱)은 입체적이지 못했고, 빌런에 걸맞지 않은 눈빛. 남길 님께서 이광일역을 했다면 더 잘했을 듯.


밥 먹고 난 후 더 괴로웠다. 식곤증 때문인지, 드라마가 지루해서 인지 모르게 졸다 깨다 정신을 못 차렸다. 졸다 놓친 부분을 앞으로 돌려 보기 무한 반복. 새벽 4시 반부터 정주행 타기 시작했는데, 하루종일 9개 에피소드도 다 못 봤다. 재미있었으면 오후 두세 시쯤 다 봤을 텐데. 반복되는 액션에 서사가 약해서였을까. 볼수록 재미없어지는 신기한 드라마. 9부작 제작비가 360억, 한편당 40억이 들었단다. 넷플릭스가 돈이 많긴 많아.


다른 이들은 이 드라마를 어떻게 봤는지 궁금했다. 시차가 있어 이미 9부작을 다 완주하고 올라온 리뷰도 있었고, 1, 2화만 보고 쓴 리뷰도 있었다. 전체적으로 망작이란 얘기가 많아 좀 슬펐다. 그렇게까지 졸작은 아닌 것 같은데. 누아르, 액션을 사랑하는 남편에게 추천했더니, 재밌다며 좋아했다. 스토리 말고 액션에 집중할 사람은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담에 또 휴무일이 생기면 고민하지 않고, 잠만 자야지! 그것도 완전 열심히!

이번엔 영~ 이도저도 아닌지라 더 피곤했다.

이전 04화3. 노동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