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 아흔 번째 마감

완주까지 딱 열 번!

by 꼬솜

왜 시작했을까? 백일 쓰기를. 백일치성 드리듯 글근육이 붙으라고, 남들만큼 썼으면 했던 마음 아닐까. 뭐라도 쓰라고, 일단 쓰라고, 쓰다 보면 는다고 양질변환법칙이 온다고 교수님들은 입모아 말씀하셨다. 아흔 일 동안 뭐라도 끼적거려봤고, 쓰다 보면 늘길 바랐으나, 획기적으로 달라진 게 있을까.


세작교 강좌가 열린다고 동화, 소설, 에세이 수강 신청하던 날, 다들 말렸다. 너무 많이 들으면 감당할 수 없을지 모른다고. 나도 참 귀가 얇은 것 같으면서도 남의 말 안 듣는 애다. 욕심도 많고 꿈도 컸다. 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란 근자감으로 무작정 시작했다. 동화에서는 동동이, 두두리 센터의 다해와 다가, 소설에서는 바리, 강림, 마고할망, 연하남 염라대왕이 내게 왔다. 도깨비와 신, 캐릭터를 찾기 위해 얼마나 검색했던가. 그렇게 찾거나 만들어낸 나만의 일곱 메인 캐릭터와 보냈던 2023 여름.


지난 1월에 세사대에 올 생각을 안했다면, 3월에 브런치 심사를 받을 생각도 하지 않았을 테고, 동화 소설은 고사하고 일기도 안 썼을 게다. 그러니 획기적으로 글이 늘지 않았다고 폄하하지 않기로 했다. 누가 시키지 않았지만, 나와의 약속을 깨지 않고 묵묵히 지켜낸 것. 그것 하나만으로도 날 칭찬하기로 했다. 완주까지 딱 열 번 남았다.



백일 쓰기/ 아흔째 날 (10)

매거진의 이전글89. 세 번째 베이킹 클래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