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1. 산책이 필요해

동네 마실

by 꼬솜

휴대폰 하나 달랑 들고 뚜벅뚜벅 걷다 보면 평소엔 흘러 보내던 것을 붙잡을 수 있다. 이사 온 지 한 달이 넘었는데 단지 정문을 카메라에 담은 기억이 없다. 담고 보니 또 새롭다.


걷다 보니, 교차로처럼 만들어진 인도가 있었네. 가을은 가을인가 보다 아침 6시 반이 넘었는데 해 뜨는 것도 본다. 여름이면 이미 저 산 넘어 가 있을 텐데.


이름 모를 노랑이 꽃. 네가 거기 있는지 몰랐단다. 야자수가 맞나? 제주는 종려나무라 불렀던 것 같은데. 너희들 이름이 뭐니?


집에 돌아오면 거실 중앙에서 혼자 튀는 암체어와 한국에서 가지고 온 작은 테이블. 혼자 튀지만 내겐 참 위안을 주는 요술의자. 남편에겐 잠을 주는 수면 의자다. 요술 의자에 앉아 산책한 사진 정리하려는데, 울 쌔미가 발 앞에 톡 드러누워 자기 좀 봐달란다.

일상은 보기에 따라 특별해진다. 시긴을 들여 들여다볼수록. 하루하루 특별한 순간을 더 붙잡으려면 산책이 필요해. 시간은 상관없지. 아침이건 밤이건.



백일 쓰기/ 아흔한째 날(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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