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넘은 시어머니는 작년에 코로나로 중환자실에 입원했고, 간신히 고비를 넘겼다. 지난달, 욕실에서 넘어져 왼쪽 엉덩이 뼈가 부러졌고, 얼마 전에 병원 침대에서 떨어져 오른쪽 엉덩이 뼈까지 마저 부러졌다. 이제 아예 거동을 못한다. 작년에 알츠하이머 판정받았는데, 건강이 안 좋아지면서 기억력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다. 시누가 시어머님을 돌보면서 얼마나 힘들었을까,
미국에 온 가장 큰 이유가 시어머니였는데, 생각만큼 잘하지 못했다. 처음에 왔을 땐 왕복 4시간이 걸려도 일주일에 한 번씩 시댁에 갔다. 외식도 자주 나갔고, 케이크나 빵을 구워 갔다. 육 년 전 내가 한국으로 다시 들어갈 일이 생겼을 때 시어머니와 시누 말에 상처받고 마음이 떠났다. 그날 이후 시댁에 잘 가지 않았다. 병원에 입원했다는 소식을 들어도 그러려니 했다.
한 달 만에 병원에서 본 시어머니는 앙상히 뼈만 남았다. 아빠가 돌아가시기 전 몸무게가 30킬로 정도였는데, 그때 모습과 겹쳤다. 아빠 아프셨을 땐 사업까지 접고 고향으로 내려가 돌봤는데, 시어머니 방문하는 1시간이 고역이었다. "울 딸내미가 감옥에 갔어. TV 뉴스로 봤어. 너희들 집이 콩가루가 됐더라" 하는 말을 흘려들어도 되는데 불편했던 이유도 모르겠다.
병간호하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아빠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시키고 시트를 갈았는데, 시어머니가 화장실 가고 싶단 말에 어찌할 바를 몰라 간호사를 불렀다. 간호사 두 명이 뒷정리를 해주는 동안 기분이 묘했다. 남편에게 미안했다. 자기 어머니를 남처럼 대하는 나를 보며 어떤 기분이 들었을까.
운전은 남편이 했는데, 너무 힘들고 지쳐서 집에 오자마자 쓰러져 잤다. 깨어보니 4시간이 흘렀다. 알 수 없는 죄책감과 불편한 마음, 병원비가 워낙 터무니없는 미국이라 병원비 걱정부터 되는 나는 참 차갑고 나쁜 며느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