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여름엔 메인 키친에서 1층 스낵바로 혼자 파견 나가는 일이 잦았다. 서버나 다른 쿡들은 쉽게 내선 전화를 걸고 받는다. 오는 전화받는데 별 문제없지만, 늘 거는 게 문제였다. 내선 전화 거는 법을 몰라 서버에게 키친에 전화해 달라고 부탁했다. 서버가 안 보일 땐 2층으로 올라가 필요한 것을 전하거나 가지고 내려왔다.
낯을 많이 가리는 통에, 미루고 미루다가 다른 서버에게 물었다. 메인 키친에 어떻게 전화를 거냐고. 자기도 번호는 모르는데, 리다이얼 누르면 전화가 걸린다고 알려줬다. 전화를 걸려고 보니, 버튼이 엄청 많은데, 리다이얼 버튼은 보이지 않았다. 전화 거는 송신 버튼도 보이지 않았다. 결국 전화 걸기를 포기하고 2층으로 뚜벅뚜벅.
또 다음 날도 리다이얼 버튼을 찾아 헤맸지만, 보이지 않았다. 다시 2층으로 뚜벅뚜벅. 용기 내어 다른 이에게 물었다. 대체 메인 키친으로 어떻게 전화를 걸 수 있냐고. 한결같은 대답. "리다이얼을 눌러"
그렇게 여름 셧 다운 기간인 석 달이 다 갈 참이었다. 하루는 전화기를 찬찬히 들여다봤다. 키버튼에 리다이얼 버튼이 따로 있지 않고 액정 화면에서 선택하는 것이었다. '리다이얼'과 '콜'이 나란히 전화기 중앙 액정화면에 있을 줄이야.
이래서 아는 만큼 보인다. 알고 나면 별 거 아니다. 일단 부딪쳐 본다는 말을 하나보다. 그저 두려워 포기했던, 기억에서 조차 지워져 버린 무수히 많은 순간들, 낯설어서 몰라서 헤맸던 일들이 떠 올랐다. 초행길이라 헤맸던, 피피티를 처음 배우던 날 슬라이드를 가로에서 세로로 변경하는 법을 몰라 쩔쩔맸던, 엑셀을 배우던 날 쉬트를 어찌 늘릴지 몰라 친구 화면을 기웃거렸던. 초보 엄마였던 시절, 아이가 자지러지게 우는데, 어찌할 바를 몰라 같이 울던. 알고 나면 그리 쉬울 수 없던.
찬찬히 들여다보면 보이는데, 왜 그리 마음이 급해 눈에 들어오지 않던지. 그렇게 모르던 걸 알아가고, 안 보이던 걸 하나씩 보면서, 낯설었던 게 익숙해지면서, 순간순간 찾아드는 새로움에 낯설어하고 헤매면서 살아가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