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혼 초엔 유통기한 지나면 가차 없이 버렸다. 버리는 걸 싫어하는 남편이 유통기한은 말 그대로 유통을 위한 기간일 뿐 음식이 상한 의미가 아니라며 유예기간을 둬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틀리지 않은 말 같아 따르기로 했다. 그러자 식자재 관리에 구멍이 생겼다. 냉장고 정리할 때 가끔 2~3년 동안 방치됐던 굴소스, 양념통이 나오기 시작했다.
요즘 지쳐서 도통 살림에 신경을 못썼더니, 유통기한 지난 우유, 치즈, 두부, 배추, 토마토 등이 냉장고 한편을 차지하고 있었다. 3주나 지난 1갤런짜리 우유는 뚜껑도 안 따서 괜히 괜찮을 것 같아 아직까지 못 버렸다. 치즈는 사자마자 소분해서 냉동실에 넣는데, 깜빡 잊고 놔두는 바람에 곰팡이가 피어서 버렸다. 두부도 한 달이나 유통기한을 넘겨서 미련 없이 버렸다. 배추랑 토마토는 만져보니 아직 싱싱하고 상한데도 없어서 일단 놔뒀다.
왜 디 먹지도 못할 음식을 사서 기한을 넘기고 뭇 버리는 습관이 생긴 걸까. 구입할 때부터 다 감당치 못할 양임을 알면서도 단가가 싸니 더 저렴하게 구입했다는 착각. 물건과 맞바꿨던 돈을 벌기 위해 들안 시간과 노고 때문일까. 푼돈 아끼려다 상한 음식 먹고 아파 고생하느니 다 갖다 버리야겠다. 쓸데없는 미련은 미련함만 부추길 뿐일 테니.
음식을 버리면서 맘 속에 자리만 차지했던 유통기한 지난 생각도 같이 버릴 수 있으면 좋겠다. 어디 그런 쓰레기통은 없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