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깝고도 먼 그대
세상에 하나뿐인 금발 머리 파란 눈 시누. 시누 아들은 내 또래이고, 손주는 울 강호 또래다. 나이 많은 남편 덕에 엄마뻘 시누가 생겼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 유언을 지키려고 동부에서 뱅기 타고 어제 날아왔다. 나랑 참 많이 다른 사람. 쭈뼛거리고 낯가리는 나랑 완전 반대인 울 시누는 만나자마자 사람을 무장해제 시켜 베스트 프렌드를 만든다.
이 집으로 이사 온 지 삼 개월이 다 돼가는 동안 윗집 사람을 본 적이 없기에 얘기 나눌 수도 없었다. 봤다 한들 얘기도 안 나눴겠지만 말이다. 시누는 우리 집에 온 지 세 시간 만에 윗집 남자와 베스트 프랜드가 됐나 보다. 이름, 그 남자가 키우는 개 이름, 같이 사는 사람들, 캘리포니아에서 언제 왔는지 등등 끊임없이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았다. 다시 태어나면 시누처럼 좀 활달한 성격으로 태어날 수 있으려나?
시어머니 병원을 베가스로 옮겼을 때, 시누가 처음 우리 집에서 하룻밤 묵은 적이 있다. 맘고생 많았던 시누에게 따뜻한 밥 한 끼를 대접하고 싶었다. 식탁에 차려 놓은 음식 보고, 눈이 휘둥그레져서 자길 위해 이리 많이 만들었냐고 좋아했었다. 어제가 동부로 이사 간 후, 첫 방문인데, 바쁘단 핑계로 따뜻한 집밥을 못해줬다. 일주일 정도 로플린에서 검진이랑 볼일 마치고 다시 오기로 했으니, 그때 맛나고 따순 집밥으로 시누 마음을 데워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