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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솜 Nov 20. 2023

문섬의 갯녹음

- 두두리 마을 다해가 센터입니다.

- 저기양 다해가지예? 이디 쫌 와줍써. 바당이 새하양이우다. 전복이곡 해송이곡 다 죽엄수다. 물질해도 쓰레기뿐이우다. 영허당 우리 다 굶어 죽으크라마씀.

- 어디로 가면 될까요?

- 서귀포에 이신 문섬이우다. 혼저옵서예.


다해는 해송과 긴가지해송 집단 폐사 사진을 상황실 스크린에 띄우고 비상 알람을 켰다. 상황실 슈퍼컴퓨터는 제주 바다를 실시간으로 다해에게 보여줬다. 다해는 문섬에 누구를 보낼지 고심했다. 유일한 제주 출신 고팀장이 제격이었다. '가득히 든 해와 소나무처럼'이란 뜻을 가진 든해솔 팀장이 빛이 들지 않는 바다에서 죽어가는 바다 소나무 해송을 살려낼 거라 확신했다.

- 담홍말미잘 때문에 해송이 죽어가고 있다. 문섬, 섭섬, 범섬, 강정바다 연산호가 이 시간에도 죽어간다. 팀장 5팀과 6팀을 이끌고 문섬으로 즉시 이동하라.

통신장비가 내장된 최첨단 스쿠버 장비와 업그레이드된 팡팡을 받고 모두 문섬으로 이동했다.


문섬에 도착하기 전, 든해솔 팀장은 바다 위로 둥둥 떠오른 뱃머리 돌고래를 발견했다. 돌고래 뱃속을 들여다보니, 1m가 넘는 코팅된 종이가 첫 번째 위를 막고 있었다. 좀 더 깊은 바다로 이동하자 그물에 걸려 폐호흡을 못해 죽은 상괭이가 떠내려 왔다. 근처에서 팀원들은 피부병에 꼬리가 잘린 제주남방큰돌고래를 보았다. 든해솔 팀장은 죽어가는 돌고래 보느라 넋 나간 팀원에게 전원 바닷속으로 이동하라고 무전 쳤다. 해조류가 사라진 암반은 온통 하얗게 변해 있었다. 갯가가 탄 것처럼 하얗게 재만 남은 모양새였다.

- 지금부터 해송에 붙은 담홍말미잘을 떼내고 해송을 살린다. 팡팡 가운데 물결무늬를 눌러 해양 쓰레기를 근처 쓰레기장으로 이동시킨다. 녹색 버튼은 누르면 해송이 살아날 것이다. 5팀은 물결무늬를 눌러 담홍말미잘을 떼어냈고, 6팀은 녹색 버튼을 눌러 해송을 살렸다. 해가 들지 않던 서귀포 연안 바다에 해가 조금씩 들었다.


든해솔 팀장은 만족하지 않았다. 수온이 2도 높아지는 바람에 감태가 있어야 할 자리에 거품돌산호, 빚단풍돌산호가 자리 잡는 게 마음에 걸렸다. 수온을 낮추고 바다숲을 만들면 바다가 좀 더 건강해질 것 같았다. 복귀 명령을 기다리는 팀원에게 다른 일거리를 주었다.

- 우리가 해송을 살려도 수온이 떨어지지 않으면 해송도 감태처럼 사라진다. 각자 흩어져 팡팡 뒷면 팬 1단계를 누른다. 누를 때마다 0.001도씩 떨어진다. 흩어진 10명은 각자 위치에서 쉴 새 없이 1을 눌렀다. 반나절이 지나자 수온이 점차 떨어졌다.  

- 이제 수온이 떨어져 가니, 거품돌산호와 빚단풍돌산호를 걷어낸다. 그 자리에 씨앗 버튼을 눌러 감태와 미역을 심는다. 알겠나!


밤새 산호초를 걷어내고 감태와 미역을 심자 온통 하얗던 바다가 자기 색깔을 찾았다. 떠나갔던 물고기, 조개, 해양생물이 모여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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