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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솜 Jun 07. 2023

새내기

브런치 71일 차

  스무 살에 들었던 '새내기', 불혹을 넘어 곧 지천명을 앞둔 시점에 다시 듣는 '새내기', 만학도라 하기엔 아직 좀 젊은 나이라 우기고 싶다. 기말고사 있는 종강 주이고, 내일 시험이 두 개나 있다. 벼락치기를 해도 모자랄 판에 아침 내내 이러고 있다. 브런치란 플랫폼이 내게 주는 의미만 되짚고 얼른 밀린 공부 하러 가야겠다.


  지난 3월 27일 브런치에 입성했다. 글이 쓰고 싶어서, 글 쓰는 게 좋아서는 아니었다. 브런치 작가 시작을 모두 축하하는 분위기에 나도 한 번쯤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 그게 다였다.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메일을 받았을 때 쾌재를 불렀다. 누군가로부터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그간 글 18개 발행, 구독자 48명. 참, 초라하기 그지없는 성적표다. 구독자 대부분은 문창과 학우님들이다. 문창과 학생이 아니었다면 지금쯤 구독자가 열 명이나 됐을까? 이 와중에 구독을 취소하는 사람도 더러 있었다. '오는 사람 안 막고 가는 사람 안 붙잡는다' 신조이, 누가 언제 왜 떠나는지도 모른 채, 떠난 사람이 있다는 걸 숫자로 알게 되는 게 참 헛헛할 때가 있다. 떠나가는 이들을 보며 '내 글이 그리 별로 인가?' 이런 맘이 드니까.


  학우님들로부터 '구독자가 중요하지 않다, 신경 쓰지 마라'는 말을 많이 듣는다. 뭐 그닥 딱히 신경 쓰는 편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예 안 쓰이는 건 아니다. 알람 설정 끄는 법, 구독자 안 보이게 하는 법을 몰라 신경을 끌 수가 없다.


  문창과 새내기, 15주 차. 중간/ 기말 과제로 글 네 편을 제출했다. 동아리 활동을 하고 있지만, 아직 서평을 제대로 쓴 적이 없다. '이해 안 된다', '모르겠다'만 연발할 뿐. 난 무슨 내용인지 감도 안 잡히는 단편을 읽고 서평을 척척 써내는 학우들을 보면서 기가 팍 죽었다. 그러다 이미 훨훨 날아다니는 그들을 맘껏 부러워하기로 했다. 내 장단에, 내 속도에 맞추겠다고 다짐했다. 쓰다 보면 서평 쓸 날이 오지 않겠는가. '있어 보이는 글' 말고 정말 뭔가가 '있는 글'을 쓰고 싶다.  


  브런치는 다양한 사람, 다양한 글을 접할 수 있는 공간이다. 더불어 내 생각도 좀 낑겨 넣을 수 있는 공간. 그것으로 만족한다. '관종'임을 부인하지 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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