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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꼬솜 Jun 14. 2023

홍삼정을 산 여자

작가수업_(1학기 기말과제)

작가수업 - 기말 고사 정시과제


<로그라인>

미국 공항 입국 심사장에서 홍삼정이 액체폭탄으로 판명돼 국제 테러범으로 몰렸던 한 여자의 이야기



“다음 분”

차례가 되어 창구 앞으로 갔다. 항공사 직원이 나를 위아래로 훑더니 모니터를 확인하며 말했다.

“220달러입니다.”

“예? 돈을 내라고요? 왜요?”

“가방 두 개 초과했어요. 개당 110달러입니다.”

손가방이랑 전대까지 가방 개수에 포함하다니. 날강도 같은 놈들. 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5만 원짜리 큰 트렁크 그냥 살 걸. 돈 아끼려다 더 큰 돈이 나가는 바람에 나도 모르는 새에 입이 댓 발이나 나왔다. 전대에 둔 백 달러 지폐 백 장 중 세 장을 꺼내 직원에게 건넸다.


  탑승수속과 출국 심사를 끝내고 가방을 주렁주렁 멘 채 여객 터미널로 들어갔다. 따뜻한 커피랑 베이글이 들어가니 좀 낫다. 열 살 난 아들놈 데리고 3개월째 고군분투 중인 남편을 생각하니 코끝이 시큰했다. 쓴 김에 더 써버리자는 마음에 눈 딱 감고, 정관장에서 홍삼정이랑 홍삼정과를 오백 달러어치 사서 비행기를 탔다. 현금 만 달러 가까이 든 전대를 누가 훔쳐 갈세라 꼭 쥐고 잤더니 손가락 마디마디가 다 쩌릿했다. 뒤척이다 보니 경유지인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입국 심사대에서 차례를 기다리고 있었다. 검색대를 통과하자마자 공항 직원이 날 보며 강아지 부르듯 재빠르게 집게손가락을 까딱거렸다. 전대를 가리키며 다짜고짜 “풀어!” 가까이서 보니 더 험상궂고 심통 맞아 보였다. “현금 더 있어?” 아무리 영어가 존댓말이 없다지만 계속 시비조로 물어 기분이 나빠질 참이었다. “아니, 없어.” 고개를 힘껏 저었다. ‘만 달러까지 세관 신고 안 해도 되잖아. 왜 이래? 아마추어처럼’ 중얼거렸다. 중얼대던 소리가 거슬렸나. 갑자기 전대를 검색대에 세게 내리쳤다.

'이 여자! 드디어 미친건가.'


야! 현금 만 달러 이상 안 되는 거 몰라?”

“없어. 딱 만 달러 갖고 왔어. 근데 아까 항공사에 220달러 뜯겨서 만 달러 안 돼!’”

너무 답답한 마음에 가슴을 양손으로 팍팍 쳤다가 양팔을 크게 벌리며 버럭 내질렀다.

“뒤져”


   덩치가 집채만 한 그 흑인 여자가 귀청이 나가도록 소리를 질러댔다.

“야! 네가 미국에 왔으면 미국법을 따라야지! 여기 살러 온 거 아니야? 너 태도가 왜 그따위야!”

“내 태도가 뭐가 어떤데? 무슨 미국법? 내가 뭘 어겼는데?”


  계속 따지고 들자, 말문이 막혔나. 연신 더듬대더니 말도 안 되는 소릴 했다.  

“야! 너 영어 할 줄 모르면 여기서 딱 기다려!”

“여태 나랑 불어로 말했냐? 영어로 했잖아. 내 말 다 알아들었잖아. 환승 시간 30분 남았어."

“그건 네 사정이고 나랑 상관없잖아. 시끄럽고, 꼼짝 말고 저기 서 있어.”

대뜸 통역자 올 때까지 저기 구석에 찌그러져 있으란다. 그러더니 이젠 면세점에서 산 홍삼을 걸고 넘어졌다.


  “야! 이건 또 뭐야?’

“그거 홍삼이야. 홍삼.”

“홍삼이 뭐야? 이런 액체 가지고 비행기 타면 안 되는 거 몰라?”

“그럼 면세점에서 팔면 안 되지. 면세점 포장 안 보여? 포장도 안 뜯겼잖아”

“홍삼이 뭐냐고?”

“뿌리 식물이고 몸에 엄청 좋아. 한번 먹어보던가.”

“아, 모르겠고 홍삼이 뭐냐고?” 무한 반복 되돌이표다. 홍삼을 홍삼이라 하지 대체 뭐라 하는가. 이 와중에 엄한 소리가 툭 튀어나왔다.


  “이거 액체 폭탄 뭐 그런 거 아니야.”

“뭐? 폭탄이라고?”

“아니라고! 폭탄이 아니라고.”

이미 뱉은 말을 주워 담을 수도 없고, 시간도 없는데, 기어이 폭탄처리반까지 등장했다. 기계에 홍삼을 넣자마자 삐삐삐삐 소리가 요란하게 났다.


  “제임스, 쟤 수갑 채워.”

“갑자기 왜? 그거 홍삼 맞아! 뭐가 잘못됐어. 다시 확인해 봐?”

“잘못되긴 뭐가 잘못돼? 너 제발, 그 입 좀 다물어. 제임스 뭐해? 얼른 연행해.”


  제임스는 수갑을 빠르게 채워 나를 조사실로 연행했다. 대체 무슨 일이란 말인가. ‘분명히 면세점에서 돈 주고 산 홍삼인데 진짜  폭탄인 거야? 아닐 거야. 그럴 리가 없지.’ 폭탄이란 말을 꺼낸 입을 꿰매고 싶었다. 탑승 시간 22분 전. 제임스가 팔을 너무 세게 잡아채서 다 욱신거렸다. 막상 조사실에 도착해 보니 열악했다. 백열등 불빛에 책상 하나 의자 둘, 노트북 하나 달랑 있었다. 까탈스럽지만 영리해 보이는 조사관 매트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거기 빈자리 앉아. 이름?”

“순미, 고”

“어디서 왔어?”

“남한”

“너 알카에다 소속이야? 왜 이런 걸 비행기에 가지고 탄 거야?”

“남편 줄라고 면세점에서 산 거야. 알카에다가 뭔지도 몰라. 환승하려면 15분밖에 안 남았어.”

“그건 네 사정이고, 폭탄처리반에서 폭탄이라고 판명 났는데 무슨 소리야!”

“정말 그거 폭탄 아니야. 홍삼정이야. 홍삼 달여서 만든 거. 뭐가 잘못된 것 같은데, 다시 검사해 줘!

“홍삼이 뭔데?”

“j-i-n-s-e-n-g ” 철자 알려주면서 검색해 보라고 했다.


  그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확인할 게 있으니 잠시 기다리라며 황급히 자리를 떴다. 1분 1초가 아까운 판인데, 이 인간 나가서 함흥차사다. 9분 남았다. ‘아! 여기서 이렇게 테러범으로 몰려서 감옥에 가는 건가. 내일이 하나밖에 없는 아들 생일날인데… ‘ 오만가지 생각이 머릿속을 돌아다녔다. 3분 남기고 그가 들어왔다.


  “수갑 풀어줄게, 얼른 가. 기계 오작동인가 봐.”

“내 돈은? 잡혀 오느라 돈을 검색대에 두고 왔어.”
 “여기 있어. 미안하게 됐어.”


뭔 놈에 사과를 하다 마냐고 따지고 싶었다. 환승 시간 2분 전. 그럴 시간 없다. 지금이라도 죽어라 뛰자! 쿵쾅쿵쾅! 타타타타타! 소리와 진동이 사방에 쩌렁쩌렁 울렸다. 5. 4. 3. 2. 1. 휴… 다행이다.



덧붙여) 학우님. 좋은 이야기의 씨앗을 찾으신 듯 합니다. 아쉽게도 상상의 나래가 정교하게 펼쳐지지 못하고 급~마무리가 되었어요. 시간이 되신다면 꼭 이 이야기의 설계를 끝내보셨으면 좋겠습니다. 스토리를 구조화하시는 방법 그리고 상황설명과 대화를 정갈하고 눈에 띌 수 있도록 정리하는 방법 즉 시나리오 및 트리트먼트 작업을 연마하실 타이밍이 온 것 같습니다. 조만간 공모전 프로젝트가 진행될 예정이니 열일 제치고 주경야독의 심정으로 들이대주세요^^  (교수님의 피드백을 그대로 긁어왔다.)


아! 교수님! 척보면 아시는군요. 상상력이 모자라 급 마무리한 것을요~~

공모전에 들이대라고 하셔서 이 무지용맹한 아이는 진짜 들이대보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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