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천명'이란 나이 오십을 가리키는 말로 하늘의 뜻을 알아 그에 순응하거나, 하늘이 만물에 부여한 최선의 원리를 안다는 뜻이다. 곧 마흔까지는 주관적 세계에 머물렀으나, 쉰이 되면서 객관적이고 보편적인 경지로 들어섰음을 의미한다. (출처: 화성신문 '지천명', 오십의 나이로 산다는 것/이해덕 편집인)
5년 후에도 별 탈 없이 살아있다면 지천명을 넘어 쉰 하나. 머리는 좀 더 백발에 가까워질 테고, 주름은 더 깊어지겠지. 몸은 가만히 있어도 나이 드는데, 마음은 왜 가만히 둬도 성숙해지지 않을까? 지천명이라 불리는 오십이 되면 정말 보편적인 경지에 들어서는 어른이 될 수 있을까?
2~30대 때는 인생의 키워드가 돈과 성공이었다. 잠을 줄여가며 일하고 공부하며 앞만 보고 달렸다. 뒤처지지 않으려고, 더 많은 수입과 재산을 원했다. 가족을 방치한 채. 서른여덟에 미국에 오면서 재산도 경력도 물거품처럼 사라진 시간을 보내면서 느꼈다. 하루아침에 없어질 수 있는 것에 인생을 걸어왔다는 것을. 하루하루 따뜻한 밥을 지어 함께 먹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이제는 안다.
5년 후까지 계속 요리를 업으로 삼는다면, 생계유지를 위해 요리한 지 10년째. 은퇴 후, 내 카페를 찾는 이에게 잊지 못할 추억을 요리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테이블 두어 개쯤 있고 모서리 한편에 책을 파는 이탈리아 바닷가 동네의 아주 작은 북카페. 아침에 빵 굽는 냄새와 커피 냄새로 동네를 깨우고, 낮엔 동네 사람들이 마실 오듯 스콘과 차를 함께 마시고, 커피도 즐기며 책을 볼 수 있는 곳. 낯선 사람과도 이야기를 잘하는 칠순이 다돼 갈 남편이 서빙을 보는 곳.
저녁엔 예약한 손님 딱 두 명만 식사를 할 수 있는 곳. 예약을 받을 때 좋아하는 음식과 예약자에 대한 정보를 받고, 그들 만을 위한 음식을 준비해 주는 곳. 애피타이저부터 디저트까지 주인장이 주는 대로 먹어야 하는 곳. 입에 가져다 대면, 마음이 느껴지는 음식을 만들 수 있으면 좋겠다. 사람이 먼저인 음식을 만드는 곳. 거주민에게도 여행자에게도 쉼이 되어줄 공간을 꿈꾼다. 그들의 삶을 글로 담아내고 함께 나누면 세상은 좀 더 따뜻해지지 않을까?
백일 쓰기/ 서른여섯째 날 (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