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 뒷담화 해 vs 말아?
안 하자니 깝깝하고 하고 나면 텁텁한...
남의 말은 절대 하는 게 아니란다. 나 혼자 사는 세상도 아니고, 남의 말 않고 내 말만 할 수 있나? 살면서 뒷담화를 안 해본 사람이 있을까? 나 역시 뒷담화를 해왔고, 앞으로도 할 테지만, 안 하자니 깝깝하고 하고 나면 텁텁해지는 이놈을 해? 말아?
"남의 말하는 사람을 멀리하라"고들 한다. 남의 말의 어느 정도가 적정선일까. 선이 있긴 한가. 그 기준은 누가 만들었을까. 암묵적으로 통하는 뭔가가 있는 건가. 답 없는 물음은 이쯤에서 그만하고.
직장 동료 중에 하는 말마다 욕이며, 그 영양가 없는 말 중 80퍼센트가 남 험담인 사람이 있다. 그는 상대를 바꿔 가며 험담을 즐긴다. 이를테면 내 앞에서 어떤 사람을 흉보다가, 흉봤던 그 사람이 오면, 그에게 또 다른 사람을 흉보는 식. 혀 끝에서 나오는 말이 욕 아니면 험담. 근무 시간 내내 대상을 바꾸며 쉴 새 없이 하는 험담을 듣고 있자니 귀에서 피날 지경이다. 장담컨대, 내가 없으면 다른 이에게 내 흉을 볼 게다. 그래도 별 상관은 없다만...
가끔 그에게 들어도 좋지 않을 말을 굳이 전달하는 애가 있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다른 이에게 무시를 당하면 부르르르 떤다는 것. 그토록 입에 침이 마를까 남을 헐뜯으면서도, 본인이 당하는 것은 못 참겠는가 보다. 험담이 더 나쁜가? 그 험담을 당사자에게 전하는 사람이 더 나쁜가?
아 둘 다 피곤타. 별 쓰잘데 없는 일로 에너지 낭비 하기 싫어서 에어팟 끼고 음악을 듣는데, 또 꾸역꾸역 와서 남의 험담을 늘어놓는다. 끝내 귀에서 피 터지는 꼴이 보고픈 건가.
남편에게 직장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투정 부릴 때도 이런 느낌일까? 그렇다면 좀 깝깝해도 그러려니 신경 끄는 법을 좀 배워야 할까 보다.
깝깝한 게 더 낫나? 텁텁한 게 더 낫나? 깝깝해 죽느니, 우리 쌔미나 비비한테 말하련다. 속 얘기 다 털어냈으니 깝깝하지도 않고, 남에게 전달될까 기분이 떨떠름하지 않을 테니. 얘들도 귀에서 피난다고 나를 슬금슬금 피하려나?
백일 쓰기/ 서른여덟째 날 (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