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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i Yeon Cha Oct 06. 2015

굿바이 싸이월드야!

돌아오지 않을 나의 순수의 시대.

다이어리의 한 달치 일정이 빼곡히 차 있을 정도로

정신없이 살았던 나의 20대를 고스란히 담아놓은

싸이월드가 패지 된다는 소식을

패지 되기 하루 전에야 알게 되었다.


정성스럽게 찍은 졸업앨범이나 웨딩촬영 앨범을

책장에 고이고이 꽂아두고

그저 어딘가에 있다는 든든함으로 펼쳐보지 않고

잊고 지내듯이...

싸이월드를 인터넷 어느 공간에 잘 있겠지 하고 묵혀두는 사이

패지의 운명을 맞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쨌든 감상에 오래 젖어있을 시간도 없이

부랴부랴 사진을 옮겨대는데

약속된 날의  자정을 정확히 넘기자

나의 사진들은 증발하고 난 절망에 빠졌다.

신데렐라가 자정에 누더기로 변하기 전 왕자를 떠나 달아날 때의

다급함보다 더하면 더 했지 덜 하지 않았을 나의 마음이었지만

그 마음만큼 손은 빠르게 따라와 주지 못했고

나의 추억 또한 무거웠다.


그러나 다행히도 당분간 사진첩, 게시판, 다이어리 기능은 유지를 한단다.

휴~~~

멍청하게 잘 알아보지도 않고 그저 패지 된다는 소리만 듣고

앞뒤 가리지 않고 친구들이 남긴 소중한 댓글과 다이어리를 삭제해 가며

사진을 옮겼는데...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이 찝찝함은 뭔지...


자발적이진 않았지만 갑작스러운 싸이월드 패지 소식으로

사진첩을 정리하면서

지난 시간들을 한 장 한 장 보게 되었다.

이런 일이 있었나? 싶은 순간을 담은 사진도 있고

어떤 이유에서 지금은 연락을 끊어버린 얼굴과

행복하게 웃고 있는 사진도 있고

말할 수 없는 스토리가 있는 시절의 사진도 있고

묘한 감정들이 가슴을 간지럽혔다.

지금은 한 장 추억으로 볼 수 있어서 다행이고

또 돌이킬 수 없는 지난 시간이어서 아쉬운 내 청춘이

아프고 슬프고 즐겁고 행복하고...

참 예뻤다.


순간을 기억하고 놓치고 싶지 않아서 찍어 둔 사진,

잘 꺼내어보지 않는 사진 속에 있는 붙들고 싶었던 순간.


그 만큼 소중하지만 또 쉽게 잊히는 순간.


굿바이 싸이월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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