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i Yeon Cha Sep 30. 2015

내려 놓아야 보이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려놓지 말아야 할 것.

누구든 자기 삶에 소설거리 하나 없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만큼 드라마보다 더 드라마 같은 게 인생이니까.


죽을 때까지 솔직할 수 없는 많은 비밀들을 품은 순간들

그 기억들이 요즘도 종종 뇌와 심장을 쑤시며 괴롭힌다.


대부분 상처와 아픔이라는 기억은

가족과 집이라는 공간에서 비롯되었는데

아이러니하게도 행복한 가정을 갖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목표였다.


'행복한 가정' 이란 슬로건이 불행한 신혼의 시작을 열었던 것 같다.


스스로 그려놓은 '행복한 가정'의 틀에

현실의 조각을 끼워 넣으려 하니

도통 맞춰지지 않을  수밖에...


사사로운 일들로 부딪혀 시작된 말다툼은

어느 새 서로의 마음을 시퍼렇게 멍들이고

그것으로도 모자라 쌓아왔던 울분을

상대에게 다 토하고서 자학까지 이어졌다.

매 순간 하나님을 원망하고 부정하며

하늘을 째려보고 땅에  발길질하며 시간을 버렸다.

나의 가정은 '행복한 가정'과는 상당히 거리가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건강검진을 받은 신랑의 폐에 이상한 것이 발견됐다.


큰 병원에서 진단을 받아보라는 권고를 받았지만

경제적으로 압박을 받고 있었던 터라

병원비가 부담되었던지 신랑은 나에게

알리지 않았다.


한 달쯤 시간이 흐르고

검진 결과를 우연히 알게 된 나는

다리에 힘이 풀렸다.


아직 정확히 무슨 병인지 결론 지어진 것은 아니었지만

최악의 상황부터 머리를 스쳐지나 가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끊임없이 하나님을 원망하고 신은 없다며 부정하던 나는

바로 무릎을 꿇고 기도를 시작했다.


'제발 살려주세요. 다른 것은 다 필요 없습니다.'


그동안 신랑이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얼마나 그를 사랑하는지를

순간의 불만족으로 눈이 어두워져

잊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 순간 갑자기 마음이 뜨겁게 채워지면서

입에서는 감사가 흘러 나오기 시작했다.


그동안 얼마나 많은 것을 주시고 허락하셨는지...

기도를 들어주지 않는다며 불평했지만

어떠한 순간의 기도도 놓치지 않고 들어주셨다는 것...

무엇보다도 간절히 기도한 배우자를 보내주셨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충격을 통해 정말 소중하고

중요한 '진짜'가 무엇인지 보여주신 것에

감사하지 않을 수없었다.


며칠 후 대학병원에 예약하고 진료받은 후

다행히 죽을 병은 아니라는 진단을 받았고

치료를 받고 있는 지금...

모든 상황은 해프닝으로  일단락되었지만

짧은 시간 동안 가슴 졸이며 보낸 시간을 통해

많은 것을 내려놓고 정말 붙들어야 할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다.

물론 여전히 다투기도 하고 미워하기도 하지만

우리 사이에는 미움의 감정보다  오래갈 사랑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지금.

분명 과거의 우리와 지금의 우리는 다르다.

그리고 오늘도 허락하신 모든 것에 감사하며 

기도만큼은 내려놓지 않겠노라 다짐한다.


로마서 5장 3절에서 4절까지 말씀

:다만 이뿐 아니라 우리가 환난 중에도 즐거워하나니 이는 환난은 인내를,

인내는 연단을, 연단은 소망을 이루는 줄 앎이로다.




매거진의 이전글 인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