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워즈9을 보고(스포일러 주의)

'RISE OF SKYWALKER' killed 'STAR WARS'

by 황성연

'RISE OF SKYWALKER' killed 'STAR WARS'


에피소드8 (라스트 제다이)은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 카일로렌이 스노크를 처단하고 최고 권력자로 올라섰다. 이미 아버지 한솔로를 죽인 카일로렌은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다크사이드 편에 선 것이고, 에피소드8에서는 드디어 루크스카이워커까지 소멸(포스에 동하는 것이 영원한 삶이라고 볼 수도 있으나, 물리적인 신체를 소멸시키고 영혼만 떠도는 점에서 이미 죽은 것으로 평가하는 것이 타당하다)시켰다. 카일로렌을 위협할 만한 존재 더 이상 아무것도 없다. 단 레이라는 존재만 제외한다면 말이다.


레이의 출생성분은 중요하지 않다. 포스는 혈통을 따지지 않는다(제다이 템플에서 수련하고 있는 다양한 종족들의 어프렌티스를 보라). 스카이워커의 자손이든 펠퍼틴의 자손이든 혈통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아나킨 역시, 포스의 결정체로서 갑자기 탄생한 것이지 어떤 가문의 혈통 때문에 강력한 포스를 갖게 된 것이 아니다. 레이도 마찬가지였다.에피소드8까지는 말이다. 펠퍼틴의 손녀일 필요도 없고 손녀여서도 안된다. 카일로렌에 의해 다크사이드로 기울어진 포스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존재, 그것이 레이이다. 제다이이든 시스이든 중요한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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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세대의 스타워즈에서 다크사이드를 표상하는 집단으로서 시스가 존재했을 뿐이다. 그리고 제다이 집단은 이미 펠퍼틴에 의해 멸종되었으며, 에피소드8에서 잘 표현했듯이 최후의 제다이 루크스카이워커까지 소멸해버렸다(라스트 제다이 의미 관련 다양한 해석 있음). 시스를, 펠퍼틴을 소환해서는 안되는 것이다. 펠퍼틴은 망령에 그쳐야했다. 카일로렌이 레이를 유인하기 위한 괴방송에 그쳐야했다. 펠퍼틴이라는 망령을 실존권력으로 만들 수는 없는 것이다.


펠퍼틴이 위대한 이유는 에피소드1~3에서 잘 표현되었듯이, 교활하고 영악하게(때로는 따뜻하게)권모술수를 활용하여 의회를 장악하고 클론군대를 창설하고 결국 황제의 지위에 올라 혼돈스럽고 무질서한 은하계를 강력한 군사력과 통치력으로 질서잡힌 그리고 잘 통제된 은하제국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그의 손에서 레이저가 발사되기 때문이 아니다. 그렇게 위대한 펠퍼틴은 결국 아버지의 사랑에 졌다. 다스베이더가 아들 루크스카이워커를 살리기 위해 펠퍼틴 황제를 배신하고 그를 처단한 것이다.


여기서 그 역할을 다한 펠퍼틴을 다시 소환하면 안되는 것이다. 손에서 발사되는 레이저로 엑스윙들을 떨구는 그런 캐릭터로 변질시킨 것은 그에 대한 모욕이다(실제로 펠퍼틴의 포스는 요다보다 약한 것으로서, 어디까지나 손에서 나가는 레이저는 악세사리에 불과한 것이지 그 자체가 막강한 공격력을 가진 대량살상무기는 절대 아니다. 요다도 그건 못한다). 클론이든 홀로그램이든 카일로렌에 의한 함정으로서 레이를 유인하기 위한 망령에 그쳐야 했다. 에피소드9은 이를 간과했다.


다크사이드가 상징하는 것은 절대권력으로 자유를 통제하고 민중을 억압하는 대신에 은하계의 질서와 평화(분쟁과 갈등에 대한 강제적인 억압에 기초한 평화)이다. 모든 민중들이 다 저항군이 아니다. 이미 은하제국의 대부분의 지역은 다스베이더가 이끄는 강력한 국사력과 펠퍼틴의 정치력에 의해 평정되었다. 저항군은 말그대로 현존 질서에 대한 저항세력이다. 민중의 억압된 자유을 회복하고 새로운 민주주의 체제를 세우려는 저항군은 당위성을 갖고 있다.


그런데 로그원에서 잘 묘사되고 있듯이 이 얼마 안되는 저항군도 오합지졸이다. 각자의 입장과 이해관계가 있기 때문에 협력이 잘 되지 않는다. 진어소는 데스스타라는 대량살상무기의 출현으로 절망적인 상황에서 무능한 오합지졸을 설득하여 게릴라전으로 은하제국의 심장부를 강타한 위대한 전사였다. 하지만, 포스를 사용하는 제다이가 없었기 때문에 저항군은 루크스카이워커가 등장할 때까지 역부족이었던 것이다.


제다이가 절대선을 상징하는 것이 아니다. 포스를 사용하여 그들만의 배타적 집단을 형성하고 공화국(또는 의회)등의 권력자들을 비호하여, 권력자들의 지시에만 충실한 무능한 특권세력에 불과한 것이다. 제다이 평의회라는 기구를 통해 오히려 현실정치에까지 개입하여 오히려 혼란을 가중시키고,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특사로 파견되지만 분쟁의 씨앗이 되고마는 존재가 제다이인 것이다. 그리고, 포스를 사용하여 사람의 마음을 꽤뚫어 볼 수 있고 모든 미래를 예측할 수 있다는 오만방자함으로 인하여 결국은 다스베이더 탄생의 원인을 제공하고, 그 다스베이더에 의해 몰락한 것이 제다이라는 존재다(에피소드8에서 잘 나왔듯이 루크스카이워커 역시 이러한 제다이의 오만방자함에 빠지고 결국 카일로렌을 만들어 버린다).


다스베이더의 부정(아버지의 사랑, 부성애)이라는 행운으로 루크스카이워커는 제국의 억압에서 민중을 구한 영웅이 되었지만, 제국의 몰락 이후 새로운 질서를 세울 만한 정치력은 없었던 것이다. 구 권력의 몰락에 이은 정치적 혼란의 때를 틈타 스노크가 이끄는 퍼스트오더가 권력을 장악하고 새로운 전체주의가 탄생한 것인데, 이는 박정희 대통령 사망 이후 전두환의 신군부가 권력을 장악하는 한국정치사의 현장과 비슷하다.


한편, 퍼스트오더의 수장 카일로렌을 탄생시킨 것에 대한 절망감과 자책감으로 루크스카이워커는 은둔형 외톨이의 길을 택한 것이다. 이에 대한 반성 때문일까... 에피소드8에서 레이를 대하는 루크의 모습은 너무나도 인간적이어서 감동적이었다. 루크는 레이를 제다이로 키우고 싶지 않았다. 강력한 포스는 언제나 다크사이드에의 전환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에피소드8는 카일로렌의 성장이 두드러진다. 스노크를 처단하고 제다이와 시스 모두에게 작별을 고했다. 레이를 포섭하려 했지만 레이는 거절했다. 그 후 에피소드9의 시작 전까지 상상할 수 있는 카일로렌의 횡보는 절대권력을 획득하고 강력한 군사력을 바탕으로 은하계 구석구석까지 통제와 억압을 확대해 가는 모습이다. 다스베이더를 초월하여 (그에 대한 상징으로서 마스크를 부숴버린 것이다. 마스크를 수리해서 다시 쓸 이유는 그 어디에도 없다)그 이상으로 절대권력으로 군림하는 것이 카일로렌이어야했다. 그리고 이에 저항하는 세력의 구심점으로서의 레이와 카일로렌과의 숙명적이고 처절한 대결을 에피소드9에서 그렸어야 했다.


그러나, 에피소드9은 펠퍼틴을 재소환하여 이 모든 것을 망쳐버렸다. 스타워즈는 자유민주주의와 전체주의의 대립과 균형을 은유적인 상징성으로 잘 표현했기 때문에 명작이다(아버지의 사랑은 양념이다). 질서정연한 대립구도를 유지하면서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우주를 무대로 모험을 떠나는 이 대서사시의 본질은 정치드라마이다. 이것을 무시한 에피소드9이 원망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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