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늦어서좋아 Aug 25. 2024

삶에 위기엔 도서관이 답이다.

도서관과 친구인 남자의 최후

대학 시절 나는 도서관을 좋아했다.


뭔가 힘든 일이 있다거나 또 고백했다 차이면 내가 꼭 가는 도서관의 섹션이 있었다.


833.6으로 구분되어 있는 무라카미 하루키와 류의 소설이 있던 섹션이었는 데 거기서 주로 제목을 쭉 읽으며 서있다 보면 뭔가 편안함을 느꼈다.


가끔 몇 권 꺼내서 읽기도 하고 빌려오기도 했다. 주로 소설보다는 에세이들이 좋았다. 나는 판타지보다는 진실이 더 좋았으니까...


그리고 최애 도서관도 있었다. 정독 도서관이 그곳인 데 옛 경기 고등학교를 고쳐 만들어서 학교 같은 느낌이 좋았고 주변에 경복궁, 광화문이 있어 걸어가는 길도 좋았다.


그런 도서관이 내 삶에 그렇게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군대를 제대하고 3년 정도 회계사 공부를 했지만 나는 1차를 붙을 성적도 받아본 적이 없었다. 그리고 마지막 불합격을 알게 된 4학년 1학기에 나는 도서관을 찾았다.


토익 점수가 있어야 원서라도 넣어봐야 할 텐데... 그때 도서관에 일주일 정도 가서 계속 이 책 저 책 들춰보기만 했던 것 같다. 한 일주일 되니까 약간 패턴이 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이런 스타일의 선생님이 맞을 것 같다는 느낌이 오기 시작했다. 


그러고 나서 학원에 찾아가 강의를 들었고 진짜 그 선생님이 하라는 건 뭐든지 다했다. 아침에 와서 10시까지 수업 듣고 자습하고 가라길래 그렇게 했고 주말에는 다시 동네 도서관을 찾아 조금 부족한 부분의 책들을 찾아보곤 했다. 덕분에 3개월 만에 865점이라는 점수를 만들었고 900점은 안되었지만 대기업 입사에는 전혀 어려움이 없는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 이후에 회사 생활에 또 위기가 왔다. 계속되는 진급 누락으로 더 이상 버티기 힘든 상황이었다. 그때 도서관에 가서 이민에 대한 책들을 찾아 읽고 영어 공부도 병행하였다. 


다행히 그전부터 설명회도 다니면서 안면이 있던 유학원 대표님과 함께 유학 후 이민을 선택하게 되었고 학교 입학을 위한 준비를 하게 되었다. 회사 끝나고 주말마다 시간이 나면 도서관에 가서 입학을 위한 인터뷰 준비를 했고 IELTS 시험도 봐야 했기 때문에 그에 대한 공부도 해야 했다. 그때 당연히 도서관이 최고의 친구가 돼준 것은 너무나 당연하다. 


물론 더 쉽게 하신 분들도 많이 봤지만 몇 년을 준비해도 안 되는 분들도 있었다. 그 상황에서 3개월 만에 인터뷰와 시험 준비를 해서 학교 입학 후 이민을 가게 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다시 돌아오게 된 한국에서 나는 새로운 목표를 가지게 되었다. 이민에서의 불안한 생활에서 해방시켜 주는 건 가장 안정적인 직업을 선택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와이프는 복직이 가능해서 나의 새로운 도전이 가능해졌다.


다시 도서관을 다니며 공부법에 대한 것과 어떤 강의를 들을지를 고민해 보았다. 이 때는 노량진에 있는 동작도서관이 큰 힘이 되었다. 동작도서관은 유일하게 공무원 수험서나 자격증 책들을 많이 구비해 놓고 있다. 최신 자료는 많지 않지만 선생님들의 과거 교재를 들여다보면 어느 정도 스타일을 알 수 있었고, 이것이 강의를 선택하는 데 큰 힘이 되었다. 


근처 고시 식당들의 맛있는 밥이 더 큰 힘이 되기는 했다. 그때 당시에 최고 몸무게가 90킬로 이상이었으니까 많이 먹어야 하는 데 40살 먹은 두 아이의 아빠가 공부하는 것도 미안한 데 뭔가 실컷 먹기는 더 미안했다. 그래서 주로 라면같이 칼로리 높은 음식들을 먹곤 했는 데 고시식당은 맛있는 메뉴도 실컷 먹을 수 있고, 야채에 탄산음료, 빵까지 있으니 그야말로 천국이었다. 


2년간의 도서관 공부를 마치고 나는 42살의 나이에 9급 공무원이 되었다. 위기가 왔을 때 상황을 절망하고 포기했다면 지금은 모든 걸 잃고 하루하루 후회하면서 살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끔 해본다.


그래서 삶의 위기가 왔다고 느끼는 사람에게 가장 먼저 추천하는 것은 도서관이다. 거기서 이런저런 책들을 들쳐보거나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분명히 느끼는 점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과정 속에서 분명히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 길이 잘못된 길일 수도 있다. 그러면 또 도서관에 돌아와서 방황하면 된다. 요새는 디지털 미디어 관련된 부분도 잘되어 있으니 웹이나 미디어 검색도 도서관에서 하면 된다.


위기일수록 기다리지 말고 움직여야 한다. 어떻게 움직여야 할지를 알려주는 곳이 도서관이다.


요새는 딸 들 책 빌려다 주러 도서관을 가끔 찾는다. 언제나 다시 가도 나에게는 고향 같은 그곳으로 오늘도 간다.

작가의 이전글 저탄고지? 고지가 뭐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