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를 통과시킨 하루 30분

불안했지만 매일 화살표를 그렸다

by 정성담

이민에도 시험이 있었다


전화 영어 1년 반. 아내의 한마디. 그렇게 이민이 현실이 되기 시작했다.


그런데 막상 준비를 시작하니, 생각보다 넘어야 할 산이 많았다. 뉴질랜드로 가려면 유학 후 이민이라는 과정을 밟아야 했다. 준석사 과정으로 학교를 1년 다녀야 했고, 그 학교에 입학하려면 영어 인터뷰를 통과해야 했다.


유학원 대표는 첫 상담 때 말했다.


*"보통 6개월 이상은 걸립니다."*


어떤 분은 이 준비만 2년을 하기도 한다고. 입학 시한까지 남은 날들이 손가락에 꼽혔다. 가슴이 내려앉았다.



퇴근 후 30분, 도서관


인터뷰 준비는 미국 출신 힌국계 선생님과 함께 했다. 선생님이 질문을 하면 나는 대답을 하고 선생님은 내 대답에 피드백을 줬다. 최종적으로 유학원 대표님이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누시고 총평을 하는 방식이었다.


처음에는 간단한 질문에도 제대로 대답도 멋하고 버벅이기 일쑤였다. 선생님의 표정이 뭔가 계속 어두웠다.


그때 나는 익숙한 방법으로 돌아갔다.


퇴근 후 도서관. 딱 30분.


인터뷰에서 나올 질문들에 대한 답을 단어로 정리하고, 그것을 화살표로 이어 연결해 암기하는 방식이었다. 문장을 통째로 외우는 게 아니라, 키워드의 흐름을 기억하는 것이었다.


다행히 질문들은 크게 세 가지였다. 나의 공부, 직업, 그리고 가족. 내 삶에 대한 이야기였다. 키워드만 기억하면 이어가기가 그리 어렵지 않았다.


나는 선생님께 말했다.


"한 주에 한 토픽만 완벽하게 하겠습니다."


욕심을 줄이니 오히려 집중이 됐다. 하나를 완벽하게 하고, 다음으로 넘어갔다. 그렇게 하나씩 쌓아가다 보니, 어느 날 선생님 입에서 이런 말이 나왔다.


"Excellent."


그 한마디가 얼마나 기쁘게 들렸는지 모른다.




30분의 키워드가 빛난 순간


드디어 인터뷰 당일.


뭐가 나올까? 어떤 질문이 먼저일까? 머릿속으로 시나리오를 수십 번 돌렸다.


인터뷰어가 첫 질문을 던졌다.


"Tell me about yourself."


나는 잠깐 숨을 골랐다.


'이거다.'


내가 가장 많이 준비한 것이었다. 나는 기회를 잡았다. 차근차근, 키워드를 따라가며 이야기했다. 공부, 일, 가족. 준비한 흐름대로 이어갔다. 인터뷰어는 끝까지 들어줬다. 이후에는 하는 일에 대한 추가 질문 몇 가지가 있었고, 그것도 어렵지 않게 넘어갔다.


인터뷰가 끝났다.


뒤에서 함께 준비하던 분들이 박수를 쳐줬다.




30분이 출발선을 바꿨다


그렇게 학교가 정해졌다.


나는 그 소식을 듣고 나서야, 조금은 홀가분한 마음으로 회사에 사직서를 낼 수 있었다. 오래 다닌 회사였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 순간만큼은, 무겁지 않았다.


퇴근 후 30분, 도서관, 키워드, 화살표. 거창한 게 없었다. 그런데 그 작은 루틴이, 결국 나를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세워줬다.


한 토픽씩. 한 번에 하나씩.


그게 인터뷰를 통과한 방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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