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과 새벽사이
저는 밤이 깊어지는 건 싫어하고, 아침이 오는 건 좋아합니다.
11시가 넘어가면 헤롱헤롱 대고, 그래도 새벽 다섯 시엔 잘 일어납니다.
정말 어려서부터 그랬어요. 주말에 혼자 일어나서 조용할 때 책을 보는 게 좋았습니다. 가족이 깰까 봐 일어나진 못하고 눈알만 굴리기도 했지만요.
고등학교 때도 밤을 새워서 공부하면 시험을 망쳤고,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서 공부를 하다 가면 훨씬 효율이 높았어요.
그 덕에 멀리 출퇴근도 가능했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덕이라 하니 독인지 약인지 헷갈립니다.
제가 아침을 사랑하는 이유는 제 섬세한 감정선 (다른 말로 예민함)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하루의 일과, 아이 돌보기, 출근 등에 떠밀려서 하루를 시작하면 저는 훨씬 예민한 사람이 되었습니다.
고요한 아침을 혼자 맞이할 때는 아직 졸리고 몸에 기운이 없어도 저 혼자 로딩하는 시간을 천천히 가지니 마음도 정돈되고 차분해진 것이겠지요.
평소에 드는 많은 생각, 쉽게 요동치는 마음 없이 무언가에 그냥 바로 집중할 수도 있으니 스스로에 대한 효능감도 높아지고 정서도 좋아지는 일인 것이지요.
사람은 신기하게 자기에게 좋은 것을 다 알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연히 알게 되어도 현실적으로 실천이 어렵거나 귀찮아서 지속하지 않을 뿐이지요.
혹은 자기 고집으로 자신이 바라는 것이 자신에게 좋다고 속이거나요.
저는 이제는 그런 시행착오의 시간은 다 보냈다고 생각하고, 고집은 좀 줄이며 나에게 좋은 길을 찾아가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