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도 안 되는 것 같지만 전 푹푹 찌는 습함이 좋습니다.
저런 날 멀쩡하다, 힘들지 않다, 쓰러지지 않는다 이런 강철체력적 면모가 있기 때문은 전혀 아닙니다.
마치 돋보기로 해를 모아 내리쬐는 듯한 따가움은 즐기지 않지만 이상하게 습기를 머금은 더위는 몸이 힘든데 마음과 뱃속이 편안해집니다.
제 몸에 습기가 부족한 걸까요? 몸이 좀 찬 편이고 한여름에도 뜨거운 음료를 주문하는 사람이거든요.
(아이를 낳고는 열이 많아지긴 했어요)
이런 기분을 처음 느꼈던 건 싱가포르에 갔을 때입니다. 어딜 가도 물이 근처에 있는 이 작은 도시국가는 그냥 더운 게 아니라 습하게 더워 마치 물속을 걷는 듯했습니다.
이런 더위도 있구나 싶어서 놀랐지만 저는 이상하게 속이 편안하고 속이 편하니 마음도 편해지더라고요. 속이 차고 에어컨 바람 쐬면 배 아파지는 그런 사람은 촉촉한 무더위가 만병통치약인 걸까요?
점점 더워지는 날씨에 한낮엔 걷기도 힘들지만 어쩐지 저와 같은 기분을 느끼는 사람들은 없으려나요? 이상한 취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