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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y 20. 2022

매년 우루과이에서 벌어지는 “침묵의 행진”


우루과이는 브라질과 아르헨티나 사이에 위치한 조그만 나라입니다. 지도에선 굉장히 작아 보이지만, 면적은 의외로 한국보다 더 큰 나라입니다. 또 이웃 나라 아르헨티나처럼 소가 많은데, 우루과이에 있는 소는 전체 인구보다 4배 더 많다고 합니다.


우루과이 지도 (사진 자료: 브리타니카 사전)


매년 5 20, 우루과이에선 국가적으로 중요한 행사가 진행됩니다. 스페인어로 마르차  실렌시오 (Marcha del Silencio),  침묵의 행진이란 의미를 가진 행사입니다. 참고로 우루과이는 1973년부터 1985년까지 군사 독재를 경험한 역사를 갖고 있습니. 공식 기록에 따르면,  기간 동안  38 명의 우루과이 국민들이 탄압을 피해 국외로 망명을 떠났다고 합니다. 또 실종자  197명의 사람들은 여전히 생사를 확인할  없는 상황입니다. '침묵의 행진'은 국가 차원에서 희생자를 기리고, 어두운 과거를 영원히 잊지 않기 위해 1996년부터 시작됐습니다.


희생자 가족들이 추모일을 5월 20일로 선택한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바로 이 날, 주요 인물들이 암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기 때문입니다. 1976년은 많은 우루과이 국민들이 정치적 망명을 떠난 때였습니다. 그중엔 국회의원 젤마르 미첼리니 (Zelmar Michelini)를 포함한 3명의 주요 정치 활동가들도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이들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머물러있었지만, 우루과이 독재 정권은 그들의 존재 자체에 위협을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들을 제거하기 위한 납치-암살 작전을 5월 20일에 실행한 것입니다.


침묵의 행진 (사진 자료: telesur)


현재 우루과이는 라틴아메리카에서 가장 민주적인 나라로 꼽히는 나라입니다. 1985년 민주화를 이룬 이후, 우루과이는 안정적인 정치 시스템을 잘 유지해왔습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는 어두운 과거 역사가 제대로 치유되지 않았다는 점입니다. 실제로 작년에도 은폐된 군부 첩보 문서들이 발각되며, 실종자 가족들의 분노를 사기도 했습니다. 현재는 굉장히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아직 아물지 않은 상처가 남아있는 것입니다. 


이런 면에서 우루과이 역사는 아르헨티나와 결이 같다고 생각합니다. 아르헨티나에서도 1976년부터 시작된 군부 시절 동안 3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실종-납치당했고,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매년 3월 24일에 길거리에 나와 희생자들을 추모하고 있습니다. 어두운 과거를 잊지 않고, 진실과 정의를 외친다는 측면에서, 우루과이의 침묵의 행진은 이와 굉장히 비슷하다고 볼 수 있습니다. 


 침묵의 행진 (사진 자료: La Tinta)


한편 우루과이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시작된 이 행진은, 이제 국제적인 규모로 커진 상황입니다. 산티아고나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남미 도시에서도 참여할 수 있고, 심지어 파리나 마드리드에서도 진행된다고 합니다. 그들은 매년 5월 20일 모여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말해 달라", "우리는 모두 희생자의 가족이다"를 함께 외치고 있습니다. 남미의 한 작은 나라에서 일어난 일이었지만, 지금은 전 세계가 기억하고 주목하는 일임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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