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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y 23. 2022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오벨리스크는 무엇을 상징할까?


아르헨티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는 여러 가지 랜드마크가 있습니다. 몇 군데 예를 들면 여인의 다리, 세계에서 가장 아름답다고 소문남 아테네오 서점, 그리고 알록달록한 보카 지구가 있는데요. 


한 군데를 더 꼽아보자면,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심장을 직선으로 가로지르는 ‘7월 9일 거리’가 있습니다. 양 방향 20차선이 되는 7월 9일 거리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거리로 알려져 있고, 매년 봄이 되면 보라색 자카란다 나무가 장관을 이루기도 합니다. 그리고 거리 한가운데쯤엔 거대한 오벨리스크가 있는데, 오늘의 이야기는 바로 이 오벨리스크와 관련이 있습니다. 


오벨리스크는 이집트 왕국에서 사용하던 건축물로, 원래는 태양신을 위해 만들어졌다고 합니다. 이후에는 전쟁의 승리를 기념하거나 업적을 과시하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위로 올라갈수록 끝이 뾰족해지는 특징을 갖고 있습니다. 참고로 오벨리스크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뾰족한 끝'을 의미하는 고대 라틴어 'obeliscum'에서 나왔다고 합니다.


1936년 준공 기념식 당시 오벨리스크 모습 (사진 자료: la prensa)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상징이 된 오벨리스크를 완공한 날짜는 1936년 5월 23일이었습니다. 1930년대 당시, 부에노스아이레스는 새로운 거리가 만들어지고 유럽풍 건물이 들어서며 현대화가 진행 중이었습니다. 하지만 아구스틴 후스토 대통령은 부에노스아이레스 같은 큰 도시에 기념적 랜드마크가 없다는 점에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1936년은 도시가 처음 설립된 지 400 주년이 되는 해였기 때문에, 그것을 기념하기 위해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잘 대표할 수 있는 건축물을 만들 것을 제안했습니다. 의논을 거친 끝에, 아르헨티나는 오벨리스크를 건설하기로 결정하게 됩니다. 


건축가 알베르토 프레비쉬에 의해 진행된 이 프로젝트는, 놀랍게도 단 두 달만에 진행됐다고 합니다. 건설 비용에 총 20만 페소가 들었고, 160여 명의 인력이 투입됐습니다. 탑 아래 부분에는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처음 설립한 페드로 데 멘도자를 기념하는 문구를 포함해, 건축가 프레비쉬를 기념하는 소네트가 새겨졌습니다. 높이 67여 미터에 달하는 이 오벨리스크는 프랑스 파리의 에펠탑이나 뉴욕의 자유의 여신상처럼, 부에노스아이레스를 상징하는 랜드마크가 된 것입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오벨리스크가 처음부터 인기 있는 건축물이 아니었다는 점입니다. 포르테뇨 (부에노스아이레스 사람들을 부르는 말) 들은 한가운데 덩그러니 놓여있는 모습이 흉측하다며 싫어했다고 합니다. 심지어 3년 뒤엔 오벨리스크를 허물고 새로운 건축물을 만들자는 법안이 나올 정도였지만, 최종적으로 도시 시장에 의해 거절당했다고 합니다. 


다양한 오벨리스크의 모습들 (사진자료: 트위터)


논란이 많은 오벨리스크였지만, 지금은 도시의 상징적인 건물로 남아 있습니다. 또 특별한 날이 있을 때마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밤마다 다른 색깔들이 오벨리스크를 비추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2021년 아르헨티나가 코파 아메리카 우승을 했을 때 아르헨티나 국기를 상징하는 하늘색-파란색 빛이, 우크라이나 전쟁이 일어났을 땐 하늘색과 노란색 빛이 켜졌던 겁니다. 국내, 국제적 이슈나 기념일이 있을 때마다, 오벨리스크는 거기에 맞는 분위기를 내며 랜드마크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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