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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May 31. 2022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이 특별했던 이유


1970년 5월 31일 개최된 멕시코 월드컵은 유달리 처음이란 수식어가 많이 붙은 월드컵입니다. 유럽이나 남미가 아닌 북중미에서 처음 열린 월드컵이었고, 경기 중 옐로우, 레드 카드가 처음 도입된 대회기도 했습니다. 또 많은 사람들은 멕시코 월드컵이 우리가 알고 있는 월드컵의 모습을 갖춘 최초의 현대적 월드컵이라 이야기합니다. 오늘은 북중미 최초의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이 갖는 의미에 대해 간단히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앞에서 잠시 언급한 바와 같이, 멕시코 월드컵이 특별했던 이유는 북중미에서 열린 사상 최초의 대회였기 때문입니다. 이전 월드컵은 우루과이, 브라질, 이탈리아, 프랑스에서 주로 열렸습니다. 전 세계 나라들이 참여할 수 있는 나라임에도, 축구 강호 유럽과 남미 팀들 성적이 높고 인기가 많아 다른 대륙에선 대회가 열리지 않았던 겁니다. 멕시코에서의 첫 개최는 FIFA의 새로운 시도였고, 결과는 원래 축구 팬들이 많은 멕시코뿐만 아니라 미국에까지 축구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됐습니다. 


멕시코 월드컵이 특별했던 또 다른 이유는 최초로 컬러 중계를 진행했다는 점입니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까지 흑백 티비로만 볼 수 있었던 월드컵은, 역사상 처음으로 생생한 컬러로 중계됐습니다. 덕분에 축구 팬들은 펠레나 뮐러 같은 전설적인 선수들의 플레이를 생생하게 볼 수 있었습니다. 특히 멕시코 월드컵은 축구 황제 펠레의 마지막 월드컵으로, 팬들은 그가 조국 브라질을 월드컵 우승으로 이끄는 모습을 현장감 있게 볼 수 있었습니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사진 자료: espn)


한편 멕시코 월드컵에선 경기적인 면에서도 많은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전까지는 거친 플레이가 나오면 심판이 선수들에게 구두로 주의를 주는 형식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월드컵이 점점 더 국제적인 경기가 되면서 언어적 문제로 선수와 심판 간 커뮤니케이션이 안 되는 경우가 많이 생겼습니다. 결국 FIFA는 멕시코 월드컵 때부터 옐로우/레드 카드를 도입시켰고, 현재까지도 우리에게 친숙한 경고/퇴장을 나타내는 룰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이밖에도 멕시코 월드컵은 전략 변경을 위해 교체 선수가 허락된 첫 번째 대회였고, 모든 경기에서 골을 넣은 선수 (브라질 자이르지뉴)가 나온 첫 번째 대회기도 했습니다. 또 흥미로운 건, 고산병이 문제가 된 첫 번째 월드컵이었다는 점입니다. 유럽이나 남미가 지리적으로 고도가 높지 않았지만, 멕시코는 해발 2천 미터가 넘는 곳이 몇 군데 있었습니다. 예를 들어 가장 상징적인 아스테카 경기장도 해발 2,200미터에 있어서, 선수들이 적응하는데 꽤 애를 먹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탈리아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들 (사진 자료: British GQ)


마지막으로, 1970년 월드컵은 멕시코 국민들에게도 특별한 국제 대회였습니다. 멕시코란 나라를 전 세계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는 기회였기 때문입니다. 1968년 올림픽을 개최한 바 있는 멕시코는, 바로 2년 뒤 월드컵도 개최하며 스포츠를 통한 국가 브랜드 마케팅 기회를 잡았습니다. 학자들은 1968년 올림픽을 통해 멕시코 멕시코의 현대적 이미지를 심어줬다면, 1970년 월드컵은 컬러 티비의 등장과 함께 멕시코 내 축구 마케팅 시장을 더욱 상업화 한 계기로 평가했습니다. 마치 브라질이 2014년 월드컵, 2016년 올림픽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하려 했던 것처럼, 멕시코도 비슷하게 68년 올림픽과 70년 월드컵을 개최해 국가의 위상을 높이려 했던 겁니다.


멕시코 월드컵은 다양한 면에서 성공적인 대회로 평가받으며 마무리됐습니다. 비록 멕시코가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지 못했지만, 성공적인 대회 개최로 많은 인정받아 1986년과 2026년 월드컵 개최를 하게 됩니다. 경기면에서도 1970년 월드컵은 명경기가 많았습니다. 특히 멕시코 시티 서독과 이탈리아 준결승 전은 연장전에만 다섯 골이 터지며 ‘세기의 경기’ (Partido del Siglo)라 꼽히고 있습니다. 이 경기가 열렸던 아스테카 경기장은 영국의 웸블리, 브라질의 마라카낭 경기장처럼 국제적인 명성을 얻게 되며 멕시코 축구의 심장과 같은 곳으로 자리 잡게 됐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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