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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n 01. 2022

엘살바도르는 왜 37세 정치인을 대통령으로 뽑았을까?


한국에서 대통령 출마가 가능한 나이는  40세입니다.  법은 무려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세워질  해졌고, 그 뒤론  번도 바뀌지 않았다고 합니다. 적어도 40세는 넘어야 대통령을  만큼의 경험과 식견을 가진다는 건데, 한국만의 유교 문화도 어느 정도 반영된 게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2019 6 1, 중미에 위치한 나라 엘살바도르에선  37 대통령이 취임합니다. 우리나라 언론에선 비트코인을 나라 통화로 채택하고, 갱들을 강압적으로 제압해 화제가  대통령이기도 합니다. 그는 2019 2 열린 대통령 선거에서 과반수가 넘는 53.10% 득표율로 당선됐고, 같은 해 6 1일부로 대통령직을 시작했습니다. 참고로 엘살바도르의 대통령 임기는 우리나라와 같은 5년이기 때문에, 부켈레는 2024년까지 대통령직을 수행하기로 되어있습니다.

 

(사진 자료: gov.sv)


만 37세의 대통령을 뽑은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바라는 건 ‘새로운 정치’였습니다. 엘살바도르 정치는 지난 30년 동안 2개의 거대 정당이 나름 안정적으로 정치 체제를 유지하는 형식이었습니다. 민족주의공화동맹 (ARENA)은 보수 진영을 대표했고, 다른 한쪽에선 파라분도 마르티 민족해방전선 (FMLN)이 진보를 대표했던 겁니다. 다른 중남미 국가들에선 정당 수명이 짧은걸 감안하면, 엘살바도르 정당 체제는 나름 ‘안정적’이다 볼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는 다르게 말하면 새로운 변화가 없는 ‘고인물’ 정치가 되며, 국민을 대표하기보단 자신들의 세력을 만들어 배타적인 (exclusive)한 조직이 돼버린 걸 의미하기도 했습니다. 국민들은 선거 때마다 자신들이 원하던 사회적 개혁 (교육, 보건 등 인프라 향상)을 원했지만, 번번이 이를 무시하는 정치인들에게 불만이 쌓여가고 있었습니다.


부켈레는  같은 국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었습니다. 그는  기존 정당 체제에서 벗어나 자신만의 새로운 정당을 만들어 ‘자신은 새롭다라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그가 정치 아웃사이더로 ‘포퓰리스트에 가깝다’라는 비판을 했지만, 그는 산살바도르 시장 시절 치안 강화, 인프라 향상을 시민들의 지지를 은 적이 있었습니다.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부패한 정치인들을 몰아내겠다는 약속을 하며, 기성 정치에 신물이  사람들의 지지를 얻었습니다. 비록 30 중반의 어린 나이였지만, 그는 국민들이 원하는 공약을 내세워 차근차근 세력을 쌓은 것입니다.


(사진 자료: nbc)


결정적으로 부켈레는 어린 정치인답게 소셜 미디어를 활용할 줄 알았습니다. 그는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각종 플랫폼을 통해 그의 생각을 공유했습니다. 또 글뿐만 아니라 영상도 자주 찍어 올리면서 ‘국민과 소통하는 젊은 리더’의 느낌을 심어주었습니다. 과거의 딱딱하고 권위적인 정치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국민들에게 먼저 다가가는 친근한 이미지를 만든 겁니다. 산살바도르에 거주하던 수사나 율로아 (Susana Ulloa)는 한 인터뷰에서 부켈레를 아래와 같이 평가하기도 했습니다.


 "나는 부켈레가 메시아나 신이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나는 내가 알고 있는 기성 정치인보다 새로운 사람이 정치를 시도하는 것을 선호한다."


아마 대다수의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수사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을 거라 생각합니다. 2019년 당시 중남미에는 브라질 오브라데시 스캔들 이후로 부정부패가 정치인들의 능력을 가늠하는 중요한 척도로 작용했습니다. 또 민주주의는 유지됐지만, 민주주의 퀄리티 자체가 향상되지 않는 문제점을 보였습니다. 국민들은 기존 정치 무리와는 거리가 멀었던 부켈레에게 표를 몰아준 것입니다.


젊은 정치인들이 국가의 리더가 되는 건 엘살바도르 만의 예외적인 일이 아닙니다. 가장 최근 열린 남미 칠레 대선에서도 가브리엘 보리치가 불과 35세의 나이로 당선되며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또 현재 오스트리아와 핀란드 총리 모두 30대 중반의 젊은 리더입니다. 조금 더 이전 사례를 보면, 2017년엔 마크롱이 39세의 나이로 프랑스 대통령이 되기도 했습니다. 그들이 정치를 잘하고 못하고를 떠나서 ‘새로운 인물에게 새로운 정치를 기대해보자 ‘라는 국민들의 기대감이 젊은 리더들에게 기회를 준 것으로 평가할 수 있습니다.


항상 찬성과 반대가 나뉘는 정치판인 만큼, 부켈레 대통령도 그의 업적을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으로 나뉘고 있습니다. 특히나 비트코인 법을 통과시킨 사건이나 갱들을 무자비하게 체포한 사건에 대해서는 찬반 논란이 뜨거운 복잡한 이슈입니다. 하지만 그의 정치색을 떠나, 그가 가죽 자켓을 입고 모자를 거꾸로 쓴 채 연설하는 모습은 분명 엘살바도르 국민들이 원하던 친근한 정치인의 모습이었을 겁니다. 2019년 그의 당선은 어린 나이를 떠나, 기성세대에 환멸을 느꼈던 국민들의 기대감이 반영되지 않았나라고 생각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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