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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n 23. 2022

에콰도르의 '빠라모'와 기후 변화 이슈


2021년, 에콰도르 의회는 매년 6월 23일을 ‘빠라모의 날’ (Día Nacional de los Páramos)로 정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빠라모 (Páramo)라는 단어를 처음 들어보셨을 거 같은데요. 빠라모는 해발 3,000미터 이상에 위치한 안데스 산맥에서 볼 수 있는 고원 지대를 뜻합니다.


에콰도르가 ‘빠라모의  지정한 이유는 환경 보호와 관련이 있습니다. 보통 아마존 같은 열대 지역을 보호하는 게 세계 환경 보호에 있어 우선순위라 생각할  있지만, 빠라모는 열대 우림보다 헥타르당  많은 탄소를 흡수한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지구 온난화를 제한하는데 매우 중요한 ‘탄소 흡수원역할을 하는 셈입니다. 현재 에콰도르에는  30,000 제곱 킬로미터 이상되는 빠라모 생태계가 있는데, 지구 전체 빠라모  3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높은 편입니다.


빠라모 풍경 (사진 자료: ICUN) 


이전부터 에콰도르는 빠라모가 제공하는 혜택을 많이 받아왔습니다. 특히 빠라모에는 수자원이 풍부한데, 에콰도르 국민이 사용하는 식수 85%가 이 지역에서 공급되고 있다고 합니다. 빠라모는 추운 기후와 유기질 토양을 바탕으로 비나 안개에서 나오는 물을 수집, 여과한 후 천천히 개울과 강으로 흘러 보냅니다. 깨끗하고 순수한 물을 지속적으로 방출하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에콰도르 사람들이 안전한 식수를 사용할 수 있는 것입니다.


빠라모가 중요한 또 다른 이유는 생물 다양성 때문입니다. 환경 전문가들은 이곳 빠라모 식물군의 60%가 다른 곳에선 찾아볼 수 없는 고유종인 것으로 추정하고 있습니다. 추쿠리스, 파라모 늑대, 주머니쥐 같은 독특한 동물들이 서식하는 건 말할 것도 없습니다. 겉으로는 메말라 보이는 땅이지만, 그 지형에 적응하고 진화해온 다양한 생물이 살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빠라모 생태계는 최근 계속된 경제 개발로 위기에 빠져있는 상황입니다. 특히 에콰도르 경제의 핵심 산업이 광업이기 때문에, '환경 보호 vs. 경제 개발' 갈등이 점점 빈번해지는 추세입니다. 국제 자연보전 연맹 (IUCN)은 빠라모 고유 식물의 거의 80%가 위협을 받고 있는 것으로 발표했고, 이 중 9.5%가 위급 위기종, 27.8%가 멸종 위기종, 40.7%가 취약 종이라 말했습니다. 지역 사회에서는 광산 기업의 무분별한 사업 확장을 막고자 직접 발 벗고 나서고 있는데, 그들은 “물이 없다면, 즉 황무지가 없다면 우리의 삶은 어떻게 될까요?”라고 물으며 빠라모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에콰도르가 6월 23일을 ‘빠라모의 날'로 정한 건 탐험가 알렉산더 훔볼트와 관련이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남미 이곳저곳을 누볐던 알렉산더 훔볼트의 여정에 대해 간략히 설명드린 적이 있습니다. 1802년 6월 23일, 에콰도르를 탐험하던 그는 당시 가장 높은 산으로 여겨졌던 침보라소 (6,263m) 정상에 올라섰습니다. 그는 산을 등정하는 동안 고도마다 다른 식물과 생물 다양성에 대해 자세히 기록했고, 빠라모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에콰도르 정부는 이런 훔볼트 기념하고자 그가 침보라소 꼭대기에 오른 날을 선택했고,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빠라모 생태계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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