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티너리 Jun 29. 2022

아르헨티나 도굴꾼들이 무덤에서 손을 잘라간 이유


이전부터 왕족의 무덤은 도굴꾼들이 노리던 최고의 먹잇감이었습니다. 많은 보물들이 함께 묻히다 보니, 도굴꾼들에겐 돈 버는데 이보다 더 좋은 기회가 없었던 겁니다. 때문에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는 항상 도굴꾼들이 몰렸고, 우리나라 왕릉에서도 많은 보물들이 도굴꾼들에 의해 해외로 팔려나갔습니다.  


1987년 6월 29일, 아르헨티나에서는 믿기지 않는 뉴스가 헤드라인을 장식했습니다. 아르헨티나 정치 역사를 뒤바꾼 후안 페론 대통령의 무덤이 도굴꾼들에 의해 훼손됐다는 소식이 전해진 겁니다. 사람들이 더 충격을 받았던 건, 도굴꾼들이 관에 놓여있는 그의 손을 잘라서 가져갔단 사실이었습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도굴 단체는 후안 페론을 지지하는 정의당 (Partido Justicialista)에 편지를 보내 “페론의 손을 돌려받길 원하면 총 8백만 달러를 준비해라”라고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페론의 손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알리는 신문 (사진 자료: infobae)


사건이 발생한 뒤 경찰은 범인을 잡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를 시작했습니다. 당시 총 6명의 용의자가 붙잡혔지만, 모두 혐의가 없는 것으로 판명돼 풀려 났습니다. 사람들은 금방 범인이 잡힐 거라 예상했지만 사건을 담당하던 판사가 의문의 사고로 세상을 떠나고, 페론의 무덤이 훼손된걸 처음 발견한 목격자도 암살당하며 사건은 더욱 미스터리로 흘러가게 됐습니다. 30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범인은 잡히지 않은 채 미제로 남아있는 상황입니다.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서, 사람들은 도굴꾼들이 하필 후안 페론의 무덤을 노린 건지에 대해 궁금해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집트 파라오 무덤처럼 보물이 가득한 것도 아니었는데 굳이 그의 무덤을 파 손을 가져간 이유가 뭔지 이해하지 못했던 것입니다. 여기에는 두 가지 가설이 존재합니다.  


후안 페론의 장례식 (사진 자료: perfil)


첫 번째는 후안 페론이 숨겨 뒀다는 비밀 금고와 관련이 있습니다. 대통령 시절, 후안 페론은 개인적으로 모아둔 돈을 스위스 금고에 모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가 죽고 나자 금고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이 사라졌고, 그나마 그의 손에 있던 반지 속에 금고의 암호를 풀 수 있는 힌트가 있었다고 합니다. 이 가설을 믿는 사람들은 "한 방을 노린 도굴꾼들이 금고를 열기 위해 페론의 양쪽 손 모두를 절단해 가져 갔다."라고 추측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 가설은 정치적 목적과 연관이 있습니다. 1987년 당시, 알폰신 정부는 페론 정권 시절 군부가 저지른 비리를 조사 중이었습니다. 이때 리시오 겔리 (Licio Gelli)는 비밀 군사 조직 프로파간다 두에의 수장이었고, 페론과 정치적 비리로 갈등이 있던 인물이었습니다. 위협을 느낀 겔리는 비밀리에 페론 손을 도굴하는 엄청난 소동을 일으켜 국가 전체를 충격에 빠뜨렸고, 동시에 알폰신 정부를 흔들어 어떤 식으로든 수사를 막으려 했다는 게 이 가설의 주장입니다. 이는 1997년 나봇과 콕스 두 기자가 출간한 '페론, 또 다른 죽음' (Perón, la otra muerte)에서 자세히 밝혀지며 신빙성을 얻었지만, 정작 겔리는 죽을 때까지 혐의를 부인했다고 합니다.  


대체 누가, 어떤 목적으로 일을 저질렀든 간에, 사건 자체는 여전히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게 놀라울 따름입니다. 특히 페론의 무덤은 애초에 도굴을 방지하기 위한 보안이 철저했는데, 관 나무 뚜껑은 두꺼운 금속판으로 덮여있었고, 모든 자물쇠를 열려면 총 열두 개의 열쇠가 필요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열쇠가 없으면 관에 손을 대는 것 자체가 불가능했던 겁니다.


이러한 이유로 사람들은 무덤에 접근할  있는 최측근이 벌인 범죄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심증만 있을 , 구체적은 물증은 찾지 못한  30년이 넘는 시간이 흘러갔습니다. 여러 소문만 무성한 , 후안 페론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차카리타 묘지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식의 나라 페루를 대표하는 음식 - 세비체 이야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