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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Jul 07. 2022

아이티 대통령은 왜 억울한 죽임을 당해야 했을까?


전 세계적으로 대통령이 가장 많이 희생됐던 암흑의 시기는 언제였을까요? 역사 기록에 따르면 암살 사건이 가장 많이 일어났던 때는 1970년대였다고 합니다. 특히 아프리카, 중동, 동남아 같은 제3세계에서 집중적으로 벌어졌는데요. 2000년 대에 들어서며 그 수가 급격히 줄어들긴 했지만, 지금까지도 암살 사건은 간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오늘은 가장 최근 아이티에서 발생했던 대통령 암살 사건에 대해 간략히 알아보고자 합니다. 


2021년 7월 7일 새벽 1시. 아이티 대통령 궁 앞에서 난데없는 총격전이 벌어졌습니다. 28명의 무장 군인들이 ‘군사 작전’을 수행 중이라며 대통령궁에 침입했고, 곧바로 자신들의 목표였던 조브넬 모이즈 (Jovenel Moïse) 대통령을 살해했습니다. 원래는 100명 가까운 경비원들이 대통령 궁을 지켰지만, 이상하게도 사건 당일에는 열 명도 안 되는 경비원들만 주위를 지켜 암살 작전은 수월히 진행됐습니다. 한편 모이즈 대통령 옆에 있던 영부인도 공격을 받았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졌고, 미국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됩니다. 


사건 당시 CCTV 모습 (사진 자료: youtube)


이른 아침 대통령 암살 사건이 알려지자, 아이티 국민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물론 모이즈 대통령이 각종 비리를 저지르며 비호감이었어도, 대통령이 살해당한 건 있을 수 없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국민들은 가뜩이나 좋지 않은 아이티 상황을 걱정했으며, 많은 사람들이 난민 신청을 했을 정도였습니다. 이 사건은 국제적으로도 많은 충격을 안겨줬습니다. 특히 같은 중남미 국가 정상들은 “비인간적이고 비겁하고 야만적인 행위”라고 맹비난하며, “아이티의 평화와 평온이 곧 회복되기를 바란다”라고 밝혔습니다. 


암살 사건 이후, 모든 관심은” 대체 누가 이 끔찍한 일을 저지른 걸까?”에 맞춰졌습니다. 목격자 진술을 바탕으로, 처음에는 미국이 관여한 듯 보였습니다. 무장 군인들이 "우리는 미국 마약단속국 출신이다!"라고 영어와 스페인어로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는 증언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어두운 밤이긴 했어도 아이티는 프랑스어나 크레올어를 쓰기 때문에 용의자들이 외국인인걸 금방 알아챈 겁니다. 나중에 밝혀진 바에 의하면 범인 28명 중 무려 26명이 콜롬비아 출신이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콜롬비아 정부가 직접 관여한 일은 아니었으며, 은퇴한 콜롬비아 군인 출신들이 누군가의 사주를 받고 저지른 일이었습니다.   


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사건의 범인은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조사가 진행될수록 ‘왜’, ‘누가' 대통령을 죽였는지에 대해 조금씩 윤곽이 잡히고 있습니다. 핵심은 ‘마약’과 ‘권력’인데요. 사건이 벌어지기 몇 개월 전, 모이즈 대통령은 마약 밀매 조직과 엮여 있는 아이티 사업가와 정치인 리스트를 손에 넣었다고 합니다. 그들은 대통령이 자신들의 혐의를 공개하길 두려워했고, 몰래 용병을 고용해 대통령을 살해하기에 이른 겁니다. 전 아이티 국회의원 존 조세프, 사업가 로돌프 자르가 주범으로 꼽히고 있는데, 이들은 재판에서 혐의를 부인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밖에도 용의자 리스트에는 대통령직을 임시로 맡은 아리엘 앙리 총리도 있었습니다. 앙리 총리가 암살 작전을 주도했던 자와 전화 통화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그는 혐의를 강력히 부인했고, 지금은 용의자 선상에서 벗어난 상황입니다. 대통령 암살의 배후가 누군지 미궁에 빠지는 동안, 아이티 정부의 공권력은 끝없이 추락했습니다. "대통령을 죽여도 아무도 처벌받지 않네?"라는 인식이 퍼지면서 갱들은 아무렇지 않게 폭력과 납치를 일삼고 있습니다. 경찰들도 막을 수 없는 아이티는 말 그대로 '무법천지'인 상황입니다. 2021년 진행 예정이던 아이티 선거는 계속 연기됐고, 지금까지도 언제 열릴지 정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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