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93년 9월 24일. 콜럼버스는 자신의 두 번째 신대륙 항해를 위해 스페인 카디즈 항을 떠납니다. 1492년 8월 3일 첫 항해를 시작한 뒤 일 년이 조금 지난 시점이었는데요. 처음 항해가 단순히 인도로 향하는 새로운 루트를 찾는 것이었다면, 두 번째 항해는 스페인의 아메리카 대륙 정착이 본격적으로 시작됨을 알리는 역사적 순간이었습니다.
우선 첫 항해와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은 스페인 왕국의 지원이었습니다. 함대 규모 면에서 첫 항해는 니나, 핀타, 산타마리아 세 함선과 90여 명의 선원이 전부였다면, 두 번째 항해는 함선 17척, 선원 천 명이 동원됐습니다. 또 배에는 말, 돼지, 양 같은 가축들이 가득 실려있었는데요. 콜럼버스는 자신이 발견했던 히스파니올라 섬을 스페인 사람들이 거주할 수 있는 정착지로 삼고, 향후 도시를 확장시켜 유럽과 중국, 일본을 잇는 새로운 교역지로 만들고자 했기 때문입니다.
두 번째 항해의 또 다른 중요한 목적은 바로 ‘종교’였습니다. 콜럼버스는 첫 항해 때 히스파니올라섬과 바하마 제도에서 타이노 부족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그는 이 원주민들이 다른 신앙을 가지고 있음을 깨달았고, 이사벨 여왕에게 개종을 약속하며 더 큰 지원을 받았습니다. 이 때문에 배에는 첫 번째와는 다르게 라몬 파네, 베르나르도 부일 등 총 다섯 명의 성직자들이 승선해 함께 항해를 됩니다.
함대의 규모가 커진 덕분에, 결과적으로 콜럼버스는 이전보다 더 오랜 시간을 아메리카 대륙에 머물 수 있었습니다. 첫 번째 항해에서는 바하마, 쿠바, 히스파니올라 섬 주변만을 둘러봤다면, 두 번째 항해에서는 자메이카를 비롯해 푸에르토리코, 과달루페, 몬세라트, 도미니카 섬에 도착했습니다. 또 계획대로 히스파니올라 섬 이사벨라에 자신의 동생 디에고를 정착시키면서, 히스파니올라 섬을 신대륙의 핵심 지역으로 만드는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이외에도 두 번째 항해는 많은 것을 바꾸게 됩니다. 스페인 사람들은 원주민들을 노예로 삼았고, 그들을 상대로 처음 대학살을 벌이게 된 것도 바로 이때 시작됐습니다. 또 콜럼버스는 2년 뒤인 1496년에 스페인으로 돌아가게 됐지만, 남아있는 스페인 탐험가들은 주변으로 확장을 계속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첫 항해가 유럽인의 아메리카 대륙에 도착한 것에 의의를 뒀다면, 두 번째 항해는 자신들의 종교, 문화를 전파하고 거대한 식민 제국을 건설하는 본격적인 시작점이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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