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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Sep 25. 2022

베네수엘라와의 무역을 독점했던 바스크 기업 이야기


1728년 9월 25일. 스페인 왕국은 기푸스코아 (Guipuzcoan) 무역 회사에 스페인-베네수엘라 무역 독점권을 허락했습니다. 이 회사는 바스크 기푸스코아의 부유한 출신들이 세운 것으로, 부르본 시대 동안 금전적으로 성공했던 유일한 스페인 무역 회사이기도 했는데요. 대항해 시대 때 알려진 회사로는 네덜란드와 영국의 동인도 무역회사 정도가 있는데, 오늘은 이 바스크 회사 기푸스코아에 대해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  


기푸스코아 주식 증명서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먼저 역사적으로 바스크 지방과 스페인 간의 사이는 그다지 좋지 않았습니다. 특히 1700년대 초에는 영토 분쟁 때문에 스페인 필립 5세가 직접 전쟁을 벌인 적도 있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바스크와 스페인이 상업을 위해 손을 잡는다는 것은 조금 상상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이 와중에 상업적으로 뛰어났던 바스크 기푸스코아 정부에서 먼저 손을 내밀었습니다. 참고로 바스크 지역은 과거 어업이나 선박 수출 사업에 성공하며 부유한 지역이었고,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오가며 막대한 수익을 올린 바 있는 대표적인 상업 지역이었습니다. 그들은 당시 스페인 왕국이 베네수엘라 카카오 무역을 독차지한 네덜란드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는데요. 이 상황을 이용해 “자신들에게 독점권을 주면 자신들이 교역로를 안전하게 보호하고, 상업을 다시 활성화시켜주겠다”라고 제안한 것입니다. 스페인은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 가능성이 있으니, 기푸스코아에 독점권을 허락해 주게 됩니다.


베네수엘라에 남아있는 까사 기푸스코아 (사진 자료: 위키피디아)


스페인 왕국의 공식 허가를 받은 기푸스코아는 1730년 공식적으로 스페인과 베네수엘라를 잇는 함대를 출항시켰습니다. 우선 기푸스코아는 화력이 좋은 대포를 가득 실어 다른 국적의 해적들이 감히 넘보지 못하게 했고, 네덜란드가 넘볼 수 없는 안전한 항로를 구축했습니다. 스페인에서 출항할 때 바스크 철 제품(창, 도끼 등)이나 직물, 잡화 및 농산물(기름, 올리브, 식초, 증류주), 와인, 브랜디를 카라카스에 수출했고, 반대로 스페인이 가장 원했던 카카오를 비롯해 커피, 가죽, 타바코를 카디즈 항구에 수입해왔습니다. 


이 무역은 스페인뿐만 아니라 바스크 지역에 일자리를 창출하고 수익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됐습니다. 하지만 1700년대 중반에 들면서 영국과의 경쟁이 심해지고, 카라카스 무역 자유화가 시작되며 기푸스코아는 점차 독점권의 혜택을 잃게 됩니다. 여기에 스페인 왕국이 회사 본사를 마드리드에 옮기면서, 정치 문제도 함께 겹치게 됩니다. 회사가 파산할 위기에 처하자 프란시스코 카바루스는 스페인 제국의 아메리카-아시아 무역을 통합 관리하자고 제안했고, 필리핀 왕립 회사 (Royal Company of the Philippines)가 새로 탄생하며 기푸스코아는 역사 속으로 사라지게 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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