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제는 비교적 많이 다뤄지지 않았던 나라, 에콰도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그란 콜롬비아의 한 부분을 차지했던 나라로, 페루와 마찬가지로 원주민들의 문화와 전통이 강하게 남아있기도 한데요. 1955년 9월 26일. 에콰도르 의회는 이 날을 공식 ‘국기의 날'로 지정하며 영광의 역사를 담고 있는 국기를 기념하고 있습니다.
이전 글에서 본 바와 같이, 에콰도르 국기의 바탕이 되는 노랑, 파랑, 빨간색의 역사는 베네수엘라나 콜롬비아 국기가 정해진 역사와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남미 독립 영웅 프란시스코 미란다가 처음 디자인한 이 색은 각각 비옥한 땅 (노랑), 푸른 태평양과 하늘 (파랑), 영웅들이 조국을 위해 흘린 피 (빨강)을 상징하고 있습니다. 가운데 문양 위에 독수리가 올라가 있는 이 국기는 1900년 최종 결정되었고, 지금까지 변함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면, 에콰도르 국기는 과거 총 8번이나 모양을 바꿔왔다는 점입니다. 특히 독립운동을 하던 1809년에서 그란 콜롬비아에서 분리하게 된 1832년까지 총 다섯 번이나 국기 모양을 바꾸게 됩니다. 가장 초반 국기를 보면 빨간색 바탕에 흰색의 십자가가 들어가 있는데, 이는 스페인 제국이 사용했던 국기 디자인을 그대로 사용하되 기존의 '흰색 바탕, 빨간 십자가'의 순서만 뒤바꾼 걸 알 수 있습니다.
또 에콰도르는 지금과는 완전히 다른 국기를 사용한 적이 있습니다. 바로 하얀색, 하늘색 그리고 별이 들어간 국기인데요. 이 국기의 색은 에콰도르 제2의 도시라 할 수 있는 과야킬 주가 사용하는 것으로, 1820년 당시 과야킬 정부가 에콰도르 독립을 주도했던 사실을 반영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가운데 있는 별 세 개는 에콰도르 주요 도시 과야킬, 키토, 쿠엥카를 상징했습니다.
이후에도 에콰도르 국기는 어느 주가 패권을 쥐고 있는지에 따라 여러 번 바뀌게 됩니다. 과야킬과 키토 사이에서 누가 중앙 정부를 운영할 것인가를 두고 갈등을 벌이면서, 국기의 색깔도 하얀색 하늘색이냐, 삼색 (노랑, 빨강, 파랑)이냐가 정해진 것입니다. 이 둘 사이 갈등이 더욱 깊어진 1860년에는 이른바 '과야킬 전쟁'이 벌어졌고, 결과는 키토의 승리로 끝나게 됩니다. 전쟁 끝난 지 이틀 뒤인 9월 26일, 가브리엘 가르시아 모레노는 삼색 국기를 에콰도르의 공식 국기가 되었음을 선포했는데, 바로 이 날이 훗날 국기의 날로 정해지는 역사적 이유가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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