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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Sep 27. 2022

미스테리로 남은 멕시코 교대생 43명의 실종 사건


2014년 9월 26일 밤과 9월 27일 새벽 사이. 멕시코 게레로 주 틱스틀라에서 이괄라로 향하는 버스 여러 대에는 아요티즈나파 농촌 사범 대학교 학생들이 타고 있었습니다. 이들은 근처 이괄라에서 벌어지는 임용 차별 문제를 두고 시위에 참여하기 위해 길을 떠나는 중이었습니다. 그런데, 멕시코 경찰이 갑자기 이들을 막아선 뒤 총을 발포하는 사건이 벌어지게 됩니다. 


경찰 당국은 이후 “왜 발포를 했는가?”라는 질문에서 “버스가 납치됐다는 보고를 받아 그렇게 지시했다”라고 답변했습니다. 아요티즈나파 농촌 사범 대학교는 과거부터 많은 시위에 참여하며 사회 활동에 적극적인 학교로 잘 알려져 있었습니다. 또 멕시코에서 매년 벌어지는 10월 2일 틀라테로코 학생 학살 추모 시위에도 버스를 타고 참여할 만큼 적극적인 모습을 보였습니다. 경찰 당국은 과거 여러 번 버스를 갈취한 적이 있기 때문에, 이번에도 그들을 멈추게 하려 했다고 발표한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경찰이 단순히 버스를 저지하는데 그치지 않고 총을 쐈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들은 그 자리에서 총 3명의 학생들을 살해했습니다. 심지어 실수로 축구 경기를 끝내고 돌아오는 버스를 아요티즈나파 학생들의 버스로 오해해 총을 쐈고, 운전기사와 축구 선수 한 명, 그리고 근처 택시에 탑승하고 있던 한 여성을 숨지게 하는 사고가 벌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도 충분히 끔찍한 사건이었지만, 바로 다음 벌어진 교대생 43인 실종 사건은 멕시코 전역을 더욱 분노케 했습니다. 가장 처음 진술된 보고서에 따르면 체포된 43인의 학생들은 인근 코쿨라 마을 경찰서로 이송된 것으로 기록됐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부패한 경찰관들에 의해 지역 마약 조직인 게레로스 우니도스의 일원에게 넘겨졌고, 인근 쓰레기 처리장에서 모조리 살해됐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이런 경찰의 사건 설명에도, 멕시코 국민들은 발표 내용 그대로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한두 명도 아닌 43명의 학생들이 모조리 실종되어 살해당했다는 건 아무리 마약 카르텔이 개입됐다 해도 절대로 일어나면 안 되는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그 해 10월부터 멕시코에서는 수 십만 명이 참여한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멕시코 국내외 수많은 인권 단체들은 제대로 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경찰과 게레로 주지사, 카르텔, 그리고 페냐 니에토 대통령을 압박했습니다. 


2018년 새로 집권한 암로 대통령은 교대생 43인 실종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시작할 것을 공언했습니다. 수사는 더디고 많은 용의자들이 풀려나긴 했지만, 이전엔 밝혀지지 않았던 새로운 기록들이 나왔습니다. 먼저 43명 중 6명의 학생들이 살해되기 전 창고에서 생존해 있었고, 이들은 구조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들은 카르텔이 아닌 군 당국에 넘겨져 살해당했다는 공식 보고가 나와 결국 경찰, 카르텔, 군대 모두 이번 사건에 연루된 것으로 조사되고 있습니다. 넷플릭스 다큐멘터리로도 만들어진 이번 사건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여전히 수사가 진행 중이며, 멕시코의 부정부패와 신뢰할 수 없는 공권력 문제에 대해 모든 국민들이 분노한 사건으로 남아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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