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티너리 Sep 28. 2022

에콰도르 헌법 개정에 전 세계가 주목한 이유


2008년 9월 28일. 에콰도르에서는 새 헌법 내용의 승인 여부를 묻는 국민 투표가 실시됐습니다. 그리고 투표에 참여한 국민 63%의 지지를 받아 승인됐는데요. 이로써 라파엘 코레아 대통령이 오랜 기간 준비했던 제20번째 헌법이 통과됐고, 에콰도르 정치, 사회의 변화를 예고하게 됩니다.


가장 먼저 눈에 띄는 변화는 사회 복지나 진보에 신경을 썼다는 점입니다. 새 헌법에는 국민들의 교육이나 의료 관련 복지를 보장하는 내용이 강화됐고, 동성연애를 승인하는 조항을 넣어 2019년 동성 간의 결혼을 합법화하는데 기반을 만들었습니다. 이밖에도 외국계 기업의 무분별한 투자를 제한하는 반면, 소외된 원주민들의 권리를 강화하고 그들의 문화를 한층 더 존중하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번 헌법에 독특한 점이 두 가지 있다면, 바로 식량 주권과 자연권을 보장하려 했다는 사실입니다. 먼저 식량 주권은 국민 모두가 건강하고 충분한 식량 생산과 소비를 지속 가능할 수 있게끔 국가가 보장한다는 내용으로, “자연재해를 겪은 국민들에게 식량 공급을 조장한다”, “식량과 관련해 바이오 기술을 도입하고 식량 공급 절차를 공정하고 투명하게 한다”라는 내용을 헌법에 명시했습니다. 참고로 이와 같은 내용은 다른 나라 헌법에서 볼 수 없었던, 사실상 식량 권리를 보장하는 최초의 헌법이었습니다.


에콰도르 헌법은 또 자연권을 보장했다는 측면에서 많은 주목을 받게 됩니다. 한마디로 자연과 생태계에도 그들 스스로를 보호해야 할 권리가 있으며, 이를 국가가 법적으로 보호하겠다 라는 내용을 담은 것입니다. 이로써 에콰도르는 자연을 무분별하게 파괴하는 개발을 최대한 제한하고, 생태계와 인간 사회가 조화롭게 공존해야 한다는 헌법을 세계 최초로 승인하게 됩니다. 참고로 이 법은 에콰도르와 비슷하게 대지의 신 빠차마마를 믿는 볼리비아에 영감을 주기도 했습니다.


다만 새 헌법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도 있었습니다. 가장 큰 우려는 대통령 임기와 관련해서 나왔습니다. 코레아 대통령은 “한 대통령의 임기는 4년으로 제한하며, 재선은 불가능하다”라는 내용을 폐기하고 재임이 가능하다는 내용을 추가했습니다. 또 헌법이 승인되자 곧바로 다음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를 거뒀으며, 재임에 성공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몇몇 사람들은 에콰도르 민주주의에 대해 우려하는 의견을 표했는데, 실제로 그는 2012년 3선에까지 성공하면서 "스스로 헌법을 고쳐 독재자가 됐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습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미스테리로 남은 멕시코 교대생 43명의 실종 사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