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라티너리 Oct 06. 2022

바베이도스에서 일어난 쿠바 항공기 테러 사건


1976년 10월 6일. 평화로운 캐리비안 섬 국가 바베이도스에서 예상치 못한 비행기 사고가 발생합니다. 승객 73명을 태우고 바베이도스 브리지 타운 공항을 이륙한 쿠바 항공기가 갑자기 추락한 사건이었는데요. 이번 일로 쿠바 아바나로 향하던 모든 승객이 사망하고, 카리브 지역 민간 항공기도 테러로부터 안전하지 못하다는 인식을 심어주게 된 사건이었습니다.


끔찍한 사고가 발생한 직후, 쿠바 당국은 배후를 밝히기 위한 조사에 착수했습니다. 그리고 이번 일은 쿠바를 떠나 망명 생활을 하던 반 카스트로 주의자들에 의한 사건임을 밝혀냈습니다. 그들은 “테러리스트들은 두 개의 폭탄을 가방에 미리 숨겨놨고, 비행기가 이륙한 지 10분 만에 폭탄을 터트려 비행기를 추락하게 만들었다"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면, 사회주의 체제에 반대했던 많은 사람들이 쿠바에서 강제 추방을 당한 상황이었습니다. 평생 고국 땅을 밟지 못하게 된 그들은 미국, 푸에르토리코, 도미니카공화국 등 여러 곳에서 활동했고, 이후에는 카스트로 정부를 겨냥한 여러 테러 활동을 하는 무장 단체 (CORU)를 설립하기까지에 이르렀습니다. 올란도 보쉬 (Orlando Bosch)와 루이스 포사다 카릴레스 (Luis Posada Carriles)에 의해 조직된 이 테러조직은 미국 CIA의 지원을 받았고, 이후 카리브를 비롯한 중미 국가에서 테러 공격을 여러번 시도했습니다.


‘쿠바나 항공 455 격추 사건’은 그들이 벌인 테러 활동 중 가장 인명 피해를 낸 사건으로 기록됐습니다. 또 이는 단순히 반 카스트로 단체, 미국, 그리고 쿠바와의 관계 악화로 끝나지 않았습니다. 비행기 희생자 명단에는 쿠바 고위 관계자뿐만 아니라 가이아나와 북한 사람들도 포함되어 있었기 때문입니다. 바하마 정부는 희생된 무고한 사람들을 위해 기념비를 세워 매년 추모식을 열었고, 카리브 국가들은 UN에 10월 5일을 테러 반대의 날로 지정해줄 것을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한편 이번 사건이 있은 뒤에도 CORU는 활동을 지속적으로 이어나갔습니다. 그들은 푸에르토리코에서 쿠바와 관련된 민간인들을 공격했고, 파나마에서는 피델 카스트로 암살을 시도하기도 했습니다. 보쉬와 카릴레스는 쿠바 항공기 테러 사건으로 붙잡혀 재판을 받았지만 풀려났고, 이후에도 꾸준히 반 쿠바 정부 테러를 모의했습니다. CORU는 미국, 중미, 카리브 지역에서 1990년대 말까지 활발히 활동했고, 냉전 시대 동안 쿠바의 사회주의 정부를 괴롭힌 대표적인 조직으로 역사에 기록됩니다.





"하루 5분 중남미 역사상식 매거진에서는 그날 벌어졌던 역사를 다룹니다. 매일 알쓸신잡st 글을 통해 중남미의 시시콜콜한 역사이야기를 알려드립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멕시코 ‘마법의 도시'에 대한 이야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