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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티너리 Dec 25. 2023

우울한 광산 마을에서 크리스마스 마을이 된 도시


전체 인구 중 70% 이상이 가톨릭 신자인 멕시코. 전 세계에서 브라질 다음으로 가장 많은 가톨릭 인구가 있는 만큼, 크리스마스를 보내는데도 진심이다. 멕시코 시장에선 당장 11월 죽은 자의 날 (멕시코 최대 명절)이 끝난 뒤부터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준비하는 모습을 볼 수 있고, 12월 초엔 멕시코 곳곳에 산타, 트리, 루돌프로 꾸며진 오너먼트를 찾아볼 수 있다.



이런 멕시코엔 ‘크리스마스 마을’로 알려진 마법의 마을이 있다. 바로 미초아칸 주에 있는 틀랄푸하우아 (Tlalpujahua)다. 발음하기 쉽지 않은 이 마을 이름의 유래는 나와틀에서 온 것으로, 코요테가 사는 곳이란 의미가 있다. 스페인어에서 j는 ㅎ발음이, h는 묵음인 특징이 있는데, 이 마을 이름엔 이 두 가지 모두 들어가 있어 발음을 더욱 헷갈리게 한다.



틀랄푸하우아는 겉으로만 봤을 땐 다른 마을과 큰 차이가 없다. 중심부엔 큰 교회가 있고, 돌 길 옆으로 하얀 벽과 갈색 지붕으로 된 집들이 있다. 어느 마을에나 있는 중앙 시장에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하지만 마을 한 구석에 들어서면 마법처럼 북유럽 감성의 크리스마스 집들이 나타난다. 저녁만 되면 크리스마스에 걸맞은 조명이 밝게 불을 비추고, 크리스마스 캐럴이 들린다. 마을 중심부에는 영원한 크리스마스 (Eterna Navidad), 산타클로스 마을 (La Villa de Santa Claus), 산타의 집 (La Casa de Santa Claus) 같은 상점에서 크리스마스 오너먼트를 사는 사람들로 북적인다.





틀랄푸하우아에선 크리스마스 마을이란 이름에 걸맞게 무려 9월부터 크리스마스 준비가 시작된다. 특히 10월부터 12월까지 크리스마스 오너먼트 축제를 열어 관광객들을 맞이한다. 이때 마을에 거주하는 크리스마스 공예가들은 직접 뜨거운 불에 유리를 가공해 수 천개의 오너먼트를 만들고, 만드는 과정을 직접 사람들에게 보여주기도 한다. 미초아칸 주 관광부에 따르면 9월부터 12월까지 무려 40만 명이 틀랄푸하우아를 찾는다고 한다. 인구 3만 명 남짓한 마을 규모를 생각하면 이는 어마어마한 숫자다.



틀랄푸하우아는 어떻게 멕시코를 대표하는 크리스마스 마을이 됐을까? 이 모든 건 호아킨 무뇨스 (Joaquin Muñoz)이란 한 사람 때문이었다. 틀랄푸하우아 출신이었던 그는 젊은 시절 '아메리칸드림'을 가지고 미국으로 넘어간 이민자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1960년대는 많은 멕시코 사람들이 경제적 성공을 위해 미국으로 이민을 결정하던 시기였다. 무뇨스는 그중 한 명으로, 시카고에 정착해 크리스마스 장식품을 만드는 일을 했다. 시간이 지난 뒤 1964년 멕시코로 돌아온 그는 아내와 함께 고향에 돌아와 미국에서 배운 기술을 살려 크리스마스 유리구슬과 장식을 만드는 상점을 차렸다. 당시 멕시코에선 전문적으로 크리스마스 장식을 만드는 곳이 없었기 때문에 그의 상점은 큰 인기를 끌었고, 시간이 지나 틀랄푸하우아를 크리스마스 마을로 알리는 계기가 됐다.


마을의 역사를 살펴봤을 때, 1960년대 이전까지 틀랄푸하우아는 낭만적인 크리스마스와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반대로 슬픈 역사가 깃든 조금은 우울한 마을이었다. 틀랄푸하우아는 식민지 시절 광산 붐때문에 생겨난 곳으로, 주민 대부분이 광산업에 종사하는 조그만 마을이었다. 굳이 관광객들이 찾지 않는 평범한 마을이었던 것이다. 심지어 1937년에는 광산에서 대형 폭발 사고가 일어났는데, '라스 라마스의 비극' (Tragedia de las Lamas)으로 알려진 사건으로 300명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약 30년 뒤, 이런 틀랄푸하우아에 생긴 무뇨스의 상점은 크리스마스 선물과 같았다. 그가 처음 만든 Adornos Navideños 상점 이후 마을엔 크리스마스와 관련된 여러 가게들이 생기며 활기를 찾았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지금의 크리스마스 마을이란 명성을 가질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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