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1기 사전편찬교실>의 마지막 날. 고려대에 다녀왔다. 여름날의 민족문화연구원은 운치 있었다. 짙은 녹음에 둘러싸인 풍경에 매료되어 입구에서 연신 휴대폰 카메라를 눌렀다. 2019년 2월. 제10기 사전편찬교실 수료 후 5년 만의 방문이었다. <내가 만드는 사전>의 씨앗을 본 과정에서 심고 틔웠다. 끝내 <내가 만드는 사전>이 나올 수 있었던 건 도원영 교수님의 지지와 역할 덕분이었다. 올해로 10주년이 되는 <고려대 사전편찬교실>에 초대해주신 의미를 누구보다잘 알기에 기쁜 마음으로 참석했다. 수료생들의 사전 기획안 ppt가 있기 전, 교수님께서 내 소개를 하셨다. 차분히 일어나 인사를 했다. 수료하시는 분들이 주인공인 날. 나의 말을 길게 하기보다 그분들의 발표를 듣는 것이 중요했다. 오늘은 그분들의 잔치였다. 그분들에게 오늘이, 기획하고 꿈꾸는 사전 출판에첫 삽을 뜨는 날이 되기를 진심으로 바랐다.
스물두 분의 아이디어는 다양하고 신선하고 놀라웠다. 챗 GPT를 이용한 사전 편찬이 눈에 띄었고, 시(詩)에 가까운 사전은 단연 눈길을 끌었다. <챗 GPT를 이용한 영어 부동사 사전>, <우리 대학의 줄임말 사전>, <논리학 필수 개념어 사전>, <수학 용어 단어장>, <한 치 앞을 모르는 한치>, <일본어 의성어/의태어/효과음 사전>, <헷갈리는 맞춤법 용어 사전>, <한국어 학습자를 위한 한자어 학습 사전>, <표준 교재를 활용한 카자흐어 사전>, <토플 영단어 사전>, <임용시험 기출 문제 한일 사전>, <중국어 지명 사전>, <오디오 기기 애호가를 위한 용어 사전>, <눈동자가 머문 낮말 사전>, <국어 방언 사전>, <연도별 우리말샘에 오른 말 사전>, <그까짓 맞춤법>, <인수공통질병용어사전>, <법화삼부경 용어 해설집>, <성경번역사전>, <외국인을 위한 한국 소설어 사전>, <절 중심의 성경 말씀 사전> 등의 발표가 이어졌다. 4시간 30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사전이 점점 더 비주류가 되어 감에도 불구하고 저마다 관심과 열정을 갖고 참여하는 각 분야의 선생님들을 보며 기분 좋은 자극을 받았다. 각각의 발표를 요약해 전사하면서, 사전과 관련해 앞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한 일을 찾아 구체화해야겠다는 생각을 아주 잠깐 동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