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30일. 남편과 아들애가 제주도로 3박 4일 여행을 가고 나에게 방학 같은 시간이 주어졌다.
둘은 6시 비행기를 타기 위해 새벽 4시 반에 집을 나섰고. 잠이 달아난 나는 부엌 찬장에서 핫케이크 가루와 설탕과 베이킹 틀을 꺼내 빵 만들 준비를 했다. 냉장고에서 계란 두 알을 꺼내 거품기로 우유와 섞은 다음, 핫케이크 가루를 넣고 저었다. 틀에 기름을 바르고 파운드케이크와 마들렌. 머핀 틀에 반죽을 부어 두 차례 오븐에 구웠다. 타이머가 거의 다 됐을 때 가스 불을 올려 물을 끓이고 그라인더에 원두를 넣고 나무 손잡이를 시계방향으로 힘주어 돌렸다. 다 갈려 더 이상 돌아가지 않는 손잡이를 헤드에서 뽑아 쟁반에 얌전히 두었다. 드리퍼에 여과지를 끼우고 커피가루를 쏟고 끓여 둔 물을 중앙에서 바깥으로 돌려 부었다. 쪼르륵. 쪼르륵. 진갈색의 커피물이 서버 바닥으로 떨어졌다. 두어 번 물을 붓고 커피가 100ml 되었을 때 드리퍼를 치우고 서버의 커피를 빙그르르. 빙그르르. 두 번 돌려 머그에 부었다. 커피 향을 코로 가득 들이마시고 한 모금 입에 머금었다. 약간 시지만 가볍지 않은 커피 맛이 나쁘지 않았다. 주전자를 들어 물 100ml를 머그에 따랐다. 빙글. 빙글. 물과 커피가 잘 섞이게 두 번 돌린 후 두 손으로 잔을 쥐고 마셨다. 한결 부드러워진 커피가 목으로 넘어갔다.
구워진 빵을 한 김 식혀 칼로 살살 잘랐다. 먹을 만큼만 작고 둥근 접시에 담아 머그 옆에 내려놓았다. 파운드케이크 한 입에 커피 한 모금. 어느새 7시 반. 아침이 밝아 오고 있었다.
브레이브를 열어 물 흐르는 소리가 은은히 들리는 싱잉볼 명상 음악을 블루투스와 연결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합장을 하고 눈을 감고 세 번 말했다.
딸애를 깨우고 거실과 부엌, 베란다 창을 열어 환기를 시켰다. 빵과 우유를 다 먹은 딸이 방에 들어가자 설거지를 했다. 빨래를 돌리고 빨래를 개고. 머리를 감고 세수를 하고 욕실 청소를 했다.
근린공원을 돌고 동네를 크게 한 바퀴 산책하고 전철역 근처 청과점에서 딸기와 블루베리와 귤과 양파와 애호박을 샀다.
떡볶이와 튀김을 포장해 와 딸과 점심을 먹고. 책을 두 권 읽고 도서관에 반납했다. 돌아와서 브런치에 글을 썼고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한 편 봤다.
맥줏집에 가서 쥐포튀김과 감자튀김을 포장하고 편의점에서 새로 한 병과 새우탕 누들과 양파링과 토마토주스와 젤리를 샀다. 딸과 이야기를 하다가 일본 애니를 보고 소주를 한 병 비웠다. 상을 치우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 잠자리에 들었다.
아이가 두쫀쿠를 만들러 청소년 카페에 가 있는 동안 욕조에 물을 받고 라벤더 입욕제를 넣었다. 1시간쯤 탕 속에서 몸을 오래 씻었고 머리를 감고 드라이기로 바짝 말렸다.
돌아온 아이와 홍대입구의 드레스 카페에 갔고 공주님으로 변신한 딸애를 열심히 사진 찍어 주고 나와서 돈가스와 딸기탕후루를 사 먹었다. 6712를 타고 집에 와서 반건조 오징어를 잘라 사과맥주를 한 캔 하며 일본 애니를 같이 봤다.
최애 카페에 한 달 만에 갔고 노트북을 꺼내 글 한 편을 썼다. 학교 언니랑 놀고 집에 온 딸이 내가 있는 카페에 왔고 재잘재잘 한 시간 수다를 떨다 올영에 가서 화장품을 구경했다. 쿠션을 하나 샀고 초밥집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가게 밖을 나오니 눈발이 날리기 시작했다.
다음 날 아침. 커피를 내려 빵을 먹고 양치를 하고 세수를 하고 화장을 하고 아이를 깨웠다. 지하철을 타고 원그로브점 교보에 가서 책을 구경하고 2층 마이아트뮤지엄에 올라가 전시를 보았다. 커피를 마시고 밖으로 나왔고 마라탕집을 가서 점심을 먹었다.
654를 타고 집에 왔고 아이와 낮잠 30분을 잤다. 알람 소리에 깨서 외투를 입고 상담 센터에 왔다. 상담을 하고, 딸애의 상담이 끝나길 기다리는 동안 앱을 켜서 브런치에 글을 썼다.
남편과 큰애가 여행 간 3박 4일. 더없이 달콤한 휴가를 보냈다.
좋아하는 것들로 꽉 채운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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