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남편을 사랑한다. 남편을 반려로 맞은 것이 생의 가장 큰 복이라 생각한다. 남편을 만나 나를 되찾았고 남편을 만나 나를 버릴 수 있었다. 남편은 따뜻하고 친절하다. 남편은 뾰족하고 까칠하고 차가운 나를 매번 둥글고 무던하고 따뜻하게 만든다. 함께할수록 남편은 내가 더 좋은 사람이 되고 싶게 한다.
2006년 12월 17일. 눈이 많이 오는 일요일. 우리는 연애를 시작했다. 바닥에 쌓인 눈에 뾰족구두가 미끄러질 때마다 그는 두 손으로 내 어깨를 감싸며 괜찮냐고 물었다. 넘어지지 않도록 정확한 타이밍에 나를 단단히 붙드는 손길에 이 사람이면 기댈 수 있을까 불콰한 취기에도 아른아른 생각했다.
다음 날 아침. 통근을 위해 서울행 전철을 타러 수원역 플랫폼에 들어섰을 때 남편은 내가 선물한 흰 목도리를 목에 두른 채 고개를 빼고 나를 찾았다. 오른손을 들어 알은체하자 이쪽을 보고 씩 웃었다. 또각또각. 술이 깨서 반듯한 걸음으로 그의 앞에 섰을 때 남편은 카키색 코트 안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내 내 두 뺨에 가만히 대었다.
전날 밤 2-1을 타고 차창 밖의 그에게 손 인사를 하면서. 씻고 침대에 누워 잘 들어갔냐는 문자를 확인하면서. 오늘 밤 여기서 밤을 새울 테니 내일 아침 역사 안에서 만나자는 메시지를 확인하면서 확신하지 못했다. 술기운 때문이겠지. 내일이면 이 감정이 아닐 수도 있겠지. 생각했었다.
-춥죠?
따뜻한 베지밀 두 병이 출렁, 하고 그의 품에서 내 뺨으로 이동할 때 알았다.
돌이킬 수 없다는 것을. 그의 다정함이 나를 놓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이십대 초. 몇 년을 마음에서 놓지 못하던 사람이 있었다. 같이 시를 썼던, K대 그애는 내게 매번 확인하듯 물었다. 날 왜 사랑해? 나는 그때마다 세 글자로 말했다. 너니까. 다른 말은 덧붙일 필요가 없었다. 그애라서. 그뿐이었다.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그 대답을 그는 늘 못마땅해했다. 이유가 사라지면 변할 마음이 사랑이라면 사랑이 아닌 거라고 차마 말하지 못했다. 그때마다 묘한 거리감이 생겼다. 그 거리감이 결국 둘 사이를 점점 벌릴 것이라는 걸 어렴풋이 느꼈다.
날이 몹시 추운 날. 편의점에라도 가면 작은애가 온장고에서 베지밀 두 병을 꺼내 온다. 그러고 꼭 한마디를 한다. 아빠가 엄마한테 베지밀 줬다면서요. 그러면 내가 하는 말. 그 베지밀에 홀랑 넘어갔다는 거 아니니. 이어서 들리는 남편의 외마디 소리. 허!
왜 아빠랑 결혼했냐는 말에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잘생겨서!"라고 하지만. 그게 다는 아니었다.
내게 베지밀을 건네는 그에게서, 남을 귀히 여기는 모습을 봐 버린 탓이었다. 한 번도 자신을 소중하다 생각해 본 적 없는 나는 그 순간 지축이 흔들렸다.
남편은 지난 12월 17일에도 꽃다발을 사 들고 집에 왔다.
그는 여전히 다정하다.
私は寒い天気になると、温かいベジミルを思い出した。
結婚する前、恋人だった今の主人が、とても寒い日にその飲み物を私にくれたことがあった。
そのとき、彼の思いやりにとても感動し、胸がドキドキし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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