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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떼 Dec 25. 2021

라떼의 영화 노트, <가버나움>

삶의 아픈 현실을 피하지 않은 카메라와 작은 기적

   

  가버나움(Carparnaum, 카파르나움), 성서 속 예수가 제자들을 만나고, 기적을 행하고 공생활을 했던 고장의 이름이다. 감독은 왜 이 영화의 제목을 ‘카파르나움’이라고 한 것일까. 한마디로 ‘치유’와 ‘경고’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예수는 자신이 태어난 고향인 나자렛을 등지고 카파르나움으로 와서 복음을 전했고 수많은 기적을 일으켰다. 예수가 기적을 행한 사람들의 면면을 보자. 백인대장의 병든 종과 베드로의 병든 장모, 마귀 들린 사람들과 많은 병자들(마태오 8,5-17), 지붕을 벗기고 구멍을 통해 내려 보내진 중풍환자와(마태오 9,1-8) 여인의 하혈병 등을 고쳐 주었고(마태오 9,27-35), 소경 두 사람의 눈을 뜨게 해 주었으며 (마태오 9,27-35), 안식일에 오그라든 손을 펴 주었다(마태오 12, 9-14). 가난하고 병든 사람들이 예수가 행한 기적의 대상이었다. 


그러나 회개하지 않은 이 도시에 대해 예수는,

 "너, 카파르나움아, 네가 하늘까지 오를 성싶으냐? 저승까지 떨어질 것이다(마태오 11,23)."라고 말하기도 하였다. 결국 카파르나움은 멸망했고, 이 도시의 흔적은 오랜 세월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예수가 이 도시에서 기적을 행하여 가난하고 병든 이들을 치유하였고, 회개하지 않으면 멸망할 것이라고 경고한 것의 의미를 ‘가버나움’이라는 제목에 담았다고 생각된다.

      

  전혀 정보가 없이 영화를 보았다. 어느 나라인지, 극영화인지 다큐인지, 실화인지 픽션인지, 알지 못하고 보다가 충격을 받았다. 수갑을 찬 12살짜리 자인(Zeyn)이 법정에서 자신을 태어나게 한 부모를 고발하는 장면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자인의 삶을 통해 본 레바논 하층민 아동의 삶은 비참하다. 출생 자체가 등록이 안되어 있다. 교육은 고사하고 어린 나이부터 노동에 내몰린다. 어른들의 무관심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들은 생존하기 위해 거칠게 행동하고, 훔치고, 거짓말한다. 그리고 그 대부분은 어른들이 시킨 것이다. 영화의 전반부는 자인의 눈을 통해 본 끔찍한 삶의 현실을 다룬다. 자인이 집을 나와 아프리카계 불법 이민자이자 싱글맘인 라힐과 그의 아들 요나스를 만나면서 펼쳐지는 후반부의 이야기는 부모로부터 버림받고 학대받은 자인이 요나스를 지켜내려는 눈물겨운 노력을 보여주고 있다. 

극 중 자인과 요나스

후반부가 주는 메시지는 명확해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보듬고 더 사랑해주면 기적이 일어나리라.’ 실제로 영화에 나오는 것처럼 어려운 여건이었던 출연한 아이들은 이 영화를 통해 기적을 만나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게 되었다. 하지만 이건 말 그대로 기적이다. 기적이 행해지지 못한 대다수의 아이들이 남아 있다. 


  예수가 행한 기적이 세상을 뒤집을 수 없었듯이, 이 영화를 통한 기적도 세상을 바꿀 수는 없다. 하지만 이 영화는 우리에게 말하는 듯하다. 회개하라. 학대받는 아이들이 있는 한 우린 모두 죄인일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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