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하는 사람들에 대한 소설
2023년에 장강명이 이끄는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가들이 펴낸 소설집이다. 월급사실주의는 일하는 사람들이 일터와 가정, 사회에서 겪는 일들을 소재로 하여 작품을 쓰는 동인이다. 장강명이 제안하고 동인 작가들이 동의한 월급사실주의의 원칙은 다음과 같다.
1. 한국 사회의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문제의식을 갖는다.
2. 당대 현장을 다룬다.
3. 발품을 팔아 사실적으로 쓴다. 판타지를 쓰지 않는다.
4. 이 동인의 멤버임을 알린다.
나는 이 월급사실주의의 원칙을 보고 깊은 인상을 받았다. 먹고 사는 문제에 대해 다룬다니, 그간 사소설적인 경향을 띠며 개인의 감정과 연애 등에 초점을 맞추는 경향이 있었던 우리 문단에 큰 경종을 울리는 듯 했다. 나 같은 직장인들이 독자로서 공감할 수 밖에 없으며 지금 이 시대의 현장에 대해 발로 뛰어 취재하여 사실적으로 쓴다는 대목이 마음에 들었다. 물론 소설이라는 문학이 르포처럼 서술될 수는 없을 것이다. 여기에 작가들의 고민이 있을 것이고 결국 이 고민을 어떻게 해결하느냐에 따라 작가들의 역량이 평가될 것이다.
소설집 속 작품 〈순간접착제〉 는 임시직으로 취업한 학생들이 삼각김밥 공장에서 겪는 일을 소재로 불안정한 고용에 처한 사람들의 애환에 공감하게 한다. 〈밤의 벤치〉는 전직 학습지 교사인 화자가 자신의 딸을 가르치는 현재 학습지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을 통해 특수한 형태로 고용된 그들의 애환을 보여주며 〈혁명의 온도〉에서는 군무원들의 일터를 들여다보게 하고 〈기초를 닦습니다〉에서는 건축사가 향후 자신의 집짓기를 준비하는 차원에서 들어간 건축현장에서 느끼는 부조리와 양심의 가책을 소재로 하는 등 작품집 속 모든 작품이 다양한 일터와 그 속에서 일하는 사람들을 비추고 있다.
한국 문단에 이런 시도는 처음이 아닐까. 장강명과 월급사실주의 동인 작가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2024년 월급사실주의 동인 소설집 <인성에 비해 잘 풀린 사람>도 읽기 시작했다. 이 시대를 사는 일하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