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
걸어가다가 보니 희망적인 생각을
품게되었다 미세하지만 아주조금씩
커지는 빛덕분에 주변이 조금씩
보이기 시작했기 때문이었다
희망적인 생각도 잠시
부정적인 생각으로 가득차기 시작했다
축축하며 더러워진 옷과
잃어버린 내 서류가방
주민등록증 카드재발급 등
생각만으로도 귀찮고 머리아픈 일들이
계속 맴돌다가 다시 이명이
엄습하기 시작하자
원래 피곤하긴 했어도 이명같은건
한번도 있지않았었는데
부정적인 생각이나 우울한 기억을
떠올리면 이명이 생기는 것만 같았다
기분탓인지 사실인지 구분하기 위해서
행복했던 순간을 기억해보려 노력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행복했었다고
정의한 순간이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지금껏 살면서 무엇을 했는지
후회와 자괴감이 엄습한다
눈물이 맺힌듯하자 희미한 빛을 보며
걷던 내 두 시선이 흐려지기 시작했으니
이곳은 어디인지 모르겠으나
나를 되돌아보게 한다
이 상황을 벗어난다면
조금의 반성이라도하며 살았으면 좋겠다
눈물이 두 뺨위로 흐르고
다시금 말끔해진 시선
빛이 조금더 가까워진탓일까
걷는 내발과 찢어진 넥타이
반쯤 찢어진 양복바지 사이로
멍이들고 피가나는 내 한쪽다리가 보인다
나는 무슨일이 있었던 걸까
또다시 다가오는 공포감이 나를 감싸온다
공포를 느낀순간
지금 껏 신경쓰지 않았던
뒤를 쳐다보게됬다
등뒤에서 발을질질끌며 나를 따라오는
집요한 빨간빛을 내는 눈동자를 한
검은괴물들이 따라오고 있었다
뛰고 싶었지만 발에 느껴지는 고통에
비명을 지르려 했으나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벙어리 같이 이상한 소리만
나올뿐 성대의 진동만 느낄수 있었다
두다리의 모든 신경을 집중하고
다시금 빛을향해 저는발로 뛰었다
몇시간이나 흘렀는지
식은땀투성이인 축축한 이곳에서
탈출할 생각만이 가득찬 나에게
점점 다가오는 불빛
내 몸을 감싸고
온몸이 저리며 아파오기 시작했다
서서히 들려오는 울음소리와
탄성과 절규가 공존하는 이곳은
병원인듯 했다
눈을뜨니 이마에 피가 잔뜩 묻은
간호사가 내가 의식을 찾았다며
급히 놀란눈으로 의사를 향해 뛰어간다
눈동자를 돌려보니 내가 사랑했던
여자친구가 나의 손을 잡고 울고있다
헤어진지 일주일도 넘었는데
내 손을 잡고 있다
나는 어떻게 된것일까?
의사가 와서는 말도 못하는 나에게
하나 하나 설명했다
듣기만하라는 말로 시작한 그 설명은
나는 출근길에 지하철을 탔는데
내가 탔던 지하철은 탈선했고
탑승객의 89% 정도의
342명의 사상자가 나왔고
그중의 나는 큰 부상을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금 의식을 차렸다고 했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부상이었는데
피를 엄청 많이 흘리기도 했는데
살아있는게 기적이라고 말했다
하늘에 감사하며 열심히 재활을 하면
2~3년 정도면 다시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갈수 있을꺼라고 했다
충격적인 설명을 들으며
눈물이 흐르는 눈동자를 뒤로하고
금방까지 걸어온 터널은 무엇이었고
그 밝은빛과 나를 쫓던 그 붉은눈의
괴물들은 도대체 무엇이었는지
정말 무섭고 잊혀지지 않을
터널이었다
이 모든게 꿈이었으면
이라고 생각하고는 있지만
깨어나고 나서 한참지난 지금도 움직일수
없는 몸을 느끼면서
이것이 현실임을 인지한다
나는 살기위해 걸었던 것이었고
신은 나에게 다시 기회를 준것이었다
부정된 생각을 할때마다 들려왔던
이명이 아니었다면
다시 돌아올수 없었을것이다
난 몇년이 지난 지금도 생각한다.
다시는 돌아가지 못할
그리고 잊혀지지도 않을 그 터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