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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Apr 28. 2023

손님들이 몰려오다.

제주도 한달살이 D+3 /  계획은 무너진다.

제주도로 출발하기 전부터 몸이 붇고 기름진 것이 당긴다 싶었더니 제주 방문 이틀째 되는 날 생리가 시작되었다. 미루는 약을 먹을까? 생각도 했지만 늦게 찾아온 애를 굳이 또 미루고 싶지는 않았다. 제주를 방문하기 딱 좋은 시기에 왔건만 사소한 일정들까지는 내 뜻 데로 되지 않는다. 그 첫 번째 손님은 생리고 두 번째 손님은 진짜 친구다. 개인적으로 친구가 어린이날이 낀 5월 5일 연휴에  오길 희망했는데, 근로자의 날인 5월 1일에 낀 연휴에 방문하기로 하였다. 직장인 친구가 날짜를 우선적으로 고르는 것이 더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또 막상 생각해 보니 이 와중에 왜 내 여행에서 나는 친구의 입장을 생각하는가 나란 인간에 대해 의문이 든다. (그리고 마지막 손님은 개인 일이다. 오늘 자료를 주시기로 했는데, 글을 쓰고 있는 오후 9:16시 지금까지 연락이 없으시다. 이제는 연락이 오면 곤란한 시간이기도 하다.)


제주방문 3일 차 이제는 집안에 생필품도 다 채웠고 본격적으로 놀아볼까? 이러고 있을 날에 이렇게 3명의 손님들이 찾아왔다. 숙소로 돌아가서 내일 친구가 오기 전까지 시간이 애매해졌다. 생각을 못했는데.. 이런..! 친구가 방문하여 내 시간이 사라진다는 생각이 스치니, 한 달살이가 아닌 2주~3주만 갔다 올 것도 고려했던 생각이 귀엽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이것 또한 귀여운 생각이다. 벌써부터 집에 갈 생각을 하니

마음이 쫓기기 시작한다. 퇴실준비할 것도 생각하면 시간이 벌써 많이 사라진 기분이 든다.

정말 혼자 있길 바랐더라면 초대를 권하는 말을 안 했으면 될걸.. 그러나 한 달이나 있는데, 친구가 방문하면 친구도 좋고 나도 좋고 이런 생각을 했던 나다. 이건 뭐 요즘 mbti에서 내향인 특징을 친구들과의 약속이 깨지면 환호하는 그 특징인 것 같다. 생각을 하지 말자.! 극 외향인 친구와 4일 동안 스파르타로 놀자 그전에, 에너지 충전한다고 생각하고 오늘까지 몸보양을 하는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


마음을 다독이며 가까운 핫플레이스라고 하는 곳을 방문했는데, 글쎄. 나는 20분 정도보곤 나왔다. 결국은 11시에 출발해서 2시 반쯤에 집으로 돌아가는 일정이 되어버린 것이다. 집 가기 아쉬운 마음에 저번 여행지에서 좋았던 해안도로를 걸었다. 오늘은 같은 장소에서 어떤 기분이 들까 궁금했다.  그때 찍었던 장소로 가서 가장 비슷하게 사진을 찍고는 멍하게 해안을 보았다.


당시 제주도 여행을 왔을 때의 감정은 설렘이 아닌  화남과 무기력감  그 중간 어디쯤이었다. 직원들의 줄퇴사가 시작됨을 알리는 공개적인 자리가 있던 후라 여러 가지 그런 상황이 나에게 벌어진 것에 대해 화가 나고 타인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을 느끼며 무기력감을 느꼈다. 이번에 느낀 감정은 허무함이다. 저번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이제는 그 팀원들 중 한 명만 남기고 나도 회사를 나왔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팀원도 다음 달이면 퇴사한다. 누구를 위한 야근이었으며 무엇을 위한 아등바등 이었는지 애상감이 온다. 촌스러운 표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달리 표현할 말을 못 찾겠다. 바람에 눈물이 고인다.

하늘이 뿌옇다. 비가 온다고 했는데, 비가 오지는 않는다. 넘실 거리는 파도를 보면서 계속해서 같은 질문을 했다. 왜 허무한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제주까지 와서 그리고 같은 장소에 오면 멋진 대답을 얻을 줄 알았는데, 이번에도 역시 멋들어진 대답이 생각나지 않았다. 어쩌면 굳이 같은 자리에 온 것 자체가 저번 제주도 왔을 상태의 내가 완전히 회복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 같다. 저 바다처럼 반복해서 질문을 할 뿐이다. 그렇게 1시 반 정도를 그 해안가를 따라 걷지만 이건 아닌 것 같아 발 길을 돌려 다시 숙소로 돌아간다. 멋있는 대답이 얻었으면 속이 시원했을 까? 오늘도 난 그저 나의 마음 상태를 마주했다. 이 허무함은 제주도를 떠날 때 채워질까?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럴 것 같지는 않다.


지난 회사를 통해 다시 한번 회사 체질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먹고는 살아야 하는 데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내가 일하는 분야는 구직자리가 흔하지 않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꾸역꾸역 참으며 그 긴 기간을 버티었던 것이다. 이제는 나의 현실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반 강제로 프리랜서처럼 일을 하게 되는 삶을 살게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그래. 자의든 타의든 무엇이 중요할까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3-4년을 앞당겼다고 생각하면 나름 괜찮을 것 같기도 하다. 참 내 뜻 데로 되는 것이 없다. 오늘의 여행이 그런 것처럼.



이 시간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해야 할 뿐인 듯하다. 이번 여행의 가장 큰 나의 목표는 일단 일기를 쓰는 것이다. 내일이면 친구가 방문하는 데, 과연 내일은 일기를 제대로 쓸 수 있을지 의심스럽지만 일단 3일 차 일기 쓰기는 순조롭다. 확실히 난 내향인인 것 같다. 이 원룸에 내 타자소리와 노트북에서 흘러나오는 재즈로 방안이 가득 차는 것이 흥겹다. 오직 나만의 작업 소리로 가득 찬 이 공간이 나는 많이 그리워질 것 같다.





여행 팁

네이버 지도 실시간 업데이트와 현지 버스 배차 시간은 다를 경우가 높습니다.

제주도 스타벅스는 테이크아웃잔도 리유저블컵을 쓰고 보증금은 1000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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