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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01. 2023

스리슬쩍 2만보를 찍은 날.

제주도 한달살이 D+6 / 먹고 쉬고 하는데, 왜 자꾸 배가 고플까

오늘은 친구가 방문하지 3일 차가 되는 날이다. 아침 잠이 별로 없는 친구지만, 제주도를 방문한 이틀 동안 강행군을 해서 그런지 오늘은 나보다 늦잠을 잔다. 8시 반쯤에 일어난 나는 평소대로 세수를 하고 입을 헹구고 커피를 내릴 준비를 한다.

제일 좋아하는 시간  하나다. 원두 중에 못난 애들을 솎아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깨져버린 원두, 너무  작은 원두를 빼내는 것이다. 그리고는 원두를 갈아야 하는데, 이게 제법 소리가 크다.  돌리기 전 고심을 하다. 시끄러운 소리에 깨는 것보다는 내가 깨우는 것이 조금 더 좋은 아침 시작일 것 같아서 역시나 친구는 화들짝 놀란다. 피곤하긴 했었나 보다. 10시에 나가자는 이야기와 함께 간단한 식사를 한다. 그리곤 화장을 동시에 한다. 말없이 빠르게 화장품을 만지작 거리는 소리만 들린다. 초집중의 시간이다. 후다닥 마무리를 한다. 물건을 자주 분실하는 나는 의식적으로 자리를 옮기거나 할 때 되뇌는 것이 있다. 바로 카드, 지갑, 핸드폰! 을 되뇌긴다. 지갑 안에 카드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이 두 가지를 따로 입으로 말하면서 챙기는 이유는 급급하게 카드만 지갑에서 꺼내곤 미처 지갑을 넣지 못하고 아무 데나 놓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카드, 지갑, 핸드폰을 외친다. 내 연인도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편인데, 오빠는 이런 방법으로 물건들을 챙긴다면서 챙겨주었다. 제법 오랜 기간 연애를 하다 보니 이제 내입에도 붙어버린 것 같다.


역시나 카드가 안 보인다. 다시 신발을 벗어서 어제 입은 옷주머니를 살펴보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제 산 선물 꾸러미에서 가방에서 카드가 발견되었다. 이제는 물건을 자주 잃어버리는 나한테 익숙해지는 것 같다. 카드를 냉큼 챙기고, 친구와 집 밖을 나갔다. 오늘 가는 곳은 애월바다다. 함덕과 애월 어느 곳을 갈까 전날 저녁까지도 고민을 했었다. 함덕은 친구와 한 번 가봤던 곳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볼 만한 매장이 아직도 많이 있는 곳이다. 지난번 여행에서의 기억도 좋기 때문에 한 번 더 방문할까 고민이 되었다.


애월은 친구와 나 둘 다 아직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는 곳이고 1시간 정도 소요시간이 걸리지만, 주변에 식사거리로 할 만한 곳이 마땅히 보이지 않는다. 그렇게 고민을 하던 중 비양도를 갔다 와서 피곤하니 오늘은 더 가깝고 안 갔다와본 애월로 방문하기로 했다.


오늘은 5월 1일로 근로자의 날이다. 즉, 직장인들이 놀러 오기 좋은 날. 그래서일까. 여행객처럼 보이는 사람들로 한가득하여 친구와 나는 처음으로 버스에서 따로 앉아서 가는 신세를 지게 되었다. 그래도 어제와 같은 버스를 타서 그런지 아주 걱정스럽지 않은 마음으로 도착지까지 무사히 둘이 함께 내리게 되었다. 정류장에서 내려 얼핏 보이는 바다만 하여도 감탄이 나온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참 아름답다. 어제 비양도에서 본 바다와는 다른 물 색깔이다. 물색깔이 에메랄드 색이다. 친구와 나는 핸드폰을 잠시 내리고 이 인파면 이 대열을 그냥 따라가도 되겠다는 생각으로 따라가 보았다. 아는 언니가 소개해준 수제피자와 도넛집이 보인다. 그리고 내려가려는 데 길이 막혔다. 이런 사람들 대열을 따라왔는데, 다들 바로 먹거리로 온 사람들 인파였던 것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바다를 보는 것인데, 그래서 다른 길을 따라 쭉 내려가 보았다.


친구와 나는 발에 물을 담그고 예쁘장하게 사진을 한 장 찍을 설레는 마음으로 찾아왔다. 친구는 핸드파월을 가져왔고, 나는 슬리퍼를 넣어왔다. 하지만 애월은 우리가 생각했던 바다와는 달랐다. 함덕처럼 모래사장이 길게 늘어서져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화강암으로 이루어진 돌들과 해안을 따라서 다듬어진 해안길이었다. 친구와 나는 아쉬움을 표하면서 길을 따라가던 도중 반대쪽에 모래사장처럼 만들어진 카페를 보았다. 사람들이 텅텅 빈 것이 카페에서 음료를 사 먹지 않다러도 충분히 앉았다가 가도 될 분위기였다.

친구와 나는 이 자리가 좋아 보인다면서 일단 쭉 한 바퀴를 돌아보기로 했다. 그러고 나서 원래 가려고 했던 곳을 보니 이런 아까 괜찮다고 했던 곳이  바로 그 하이엔드제주 카페였던 것이다. 친구와 나는 바로 그 자리에서 카페를 방문하였다. 매장이 상당히 컸다. 충분히 자리가 있음은 물론, 직접 로스팅과 베이커리를 만드는 공간이 보여서 신뢰가 갔었다. 그러면서 루프탑까지 쭉 간 우리는 건물이 오히려 갑갑한 느낌이 들어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아까 본 자리로 향하게 되었다.


파라솔이 있는 자리는 그늘이 오랫동안 져서 그런지 약간 서늘한 기운이 맴돌았다. 그래서 의자를 하나 가지고 와서 몸은 햇빛이 있는 쪽으로 얼굴은 파라솔 쪽으로 하여 멍을 때리며 있었다. 개인적으로 식사보다 커피를 좋아하는 나는 카페의 대표 메뉴를 먹어보는 편이다. 이번에는 원래도 좋아하는 류인 한라봉비앙코가 대표메뉴라는 말에 다른 선택을 하지 않고 그 메뉴를 선택했다.

  

역시나 상콤하면서고 달달한 과즙맛과 씁쓸한 원두 맛이 아주 조화로운 것이 맛있었다. 오늘도 친구와 나는 그 자리에서 디저트를 먹어치워 버렸다. 커피를 워낙에 좋아하는 나는 커피 분쇄기와 모카포트까지 한달살이 살림으로 가져온 만큼 꼭 제주 한달를 하는 도중에는 제주도에서 산 원두를 사서 먹을 예정이다. 그래서 커피집에서 맛보면서 맛있는 커피를 만나기를 내심 바라고 있다. 오늘 먹어본 한라봉비앙코는 내 입맛이었지만 아쉽게도 원두가 맛있는지는 정확히 판단이 되지 않아서 일단 보류하게 되었다.


그렇게 친구와 나는 한참을 모래사장이 깔린 매장에서 멍을 때렸다. 아침에도 가볍게 커피와 빵을 먹고, 바로 카페에서도 커피와 빵을 먹어서 그런지 이런 배가 고프지가 않다. 마침 여기서 먹고 싶었던 가게가 있었던 것이 아닌 우리는 일단은 집으로 향하게 되었다. 집으로 향하는 버스정류장 자리에 앉아서 버스를 기다리고 있다. 얼마 안 있다가 버스가 왔는데, 사람들이 슬금슬금 몰리는 것 같다. 친구가 택시를 타는 것이 어떻냐고 물어보았다. 3분 전이면 버스가 올 거라고 한다. 아무래도 이렇게 사람들이 많아서야 힘들지 않겠냐며, 그러는 사이에 버스가 왔다. 줄을 스려고 일어나니 갑자기 줄이 만들어져 있었다. 버스 정류장안에서 앉아서 있던 나와 달리 밖에서 사람들이 서서 대기 중이었던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일어났을 때는 이미 줄이 한참 만들어졌었다. 기분이 묘하게 이상하다. 친구와 내가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었을 때는 2명밖에 없었다. 우리가 3번째 팀인데 갑자기 꼴찌가 되었다. 친구는 고민을 해보라면서  내 행동을 제지하려고 한다. 그래서 친구에게 택시를 타고 싶냐고 물었다. 친구는 대답이 없었다. 타고 싶었는데, 차마 말을 못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그냥 택시를 타자고 했다. 역시나 친구는 택시를 타고 싶었던 것이다. 아직 어제의 여파가 있어서 몸이 덜 풀렸던 모양이다. 카페에서 쉬었다가 와서 괜찮을 줄 알았는데, 아니었던 것이다. 더욱이 이 인원이면 버스에서 서서 40분 동안 가야 할 것 같은데, 몸상태가 별로라는 것이다.



점심이 애매해진 우리는 또다시 빵부스러기를 먹으며 다음 코스인 수목원야시장을 기다리면 쉬었다


6시에 열리는 수목원을 우리는 맞춰 가기 위해서 걸어갔는데, 이번에는 큰길이 아닌,

빠른 길로 택하여 갔다. 그런데 빠른 길은 산을 올라가는 길이었고, 또 인도가 잘 되어 있지 않는 곳으로 우리는 높지 않지만 끝없이 경사진 거리를 올라갔다.


사람들이 잘 오지 않고 자연이 보존되어 있는 곳이어서 그런지 이런 장소에서 노루인지, 뭔지 모를 생물을 2마리를 보았다. 내가 엇! 하고 놀라는 소리에 그 생물도 놀라서 두둠칫 하는 게 보였다. 그리고는 내가 움직이는 데로 고개가 따라 움직이며 나는 주시하는 게 느껴졌다. 이런 밤에 이 길을 만나면 누구 하나는 놀라서 뒤집어질 성격의 동물이다. 하면서  조심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또 추억이 쌓이는 것인가 하며 도착지에 도착한 우리는 좋은 자리를 선점하고 배고픈 끼니를 채우기 위해 차분히 조금씩 다 먹어 보았다. 스테이크, 김밥, 타코야키, 한치빵, 음료 이렇게 둘이어서 먹을 수 있는 음식들을 먹을 수 있다는 것이다.

친구와 나는 야무지게 먹고는 소품 쪽 유난히 이뻐 보이는 코스터를 보았다. 가격을 미쳐 못 본 우리는 일단 전체 부스를 살펴보고도 더 마음에 드는 상품을 발견하지 못한 우리는 그 부스를 향해 갔다. 내심 속으로는 2만 원 이하면 산다 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9천 원이라는!!!!!! 이건 당장 사야 해라는 생각이 든다.! 제주도 한달살이 살림으로 딱이다.라는 필이 왔다. 크, 그런데 이것도 친구가 선물로 사준다고 하니 이처럼 좋을 수가 없다. 마음에 쏙 드는 물건을 발견했고, 선물 받으니 기분이 매우 좋다.! 그렇게 배도 손도 두둑하게 집으로 다시 걸어가면서 친구가 오늘이 사실 어제보다 더 걸었다면 알고 있냐고 한다. 어제도 만 8 천보 이상을 걸었는데 오늘은 만 9 천보를 걸었다. 이런..?! 오늘은 적게 걸은 것같은데 운동러버 친구와 다니면서 스리슬쩍 이렇게 운동량을 늘리는 건가?


오늘 여행의 팁

-한 달 살이를 하는 동안, 대체공휴일이 낀 날은 관광지는 피하자

-휴지는 가장 싼게 다이소 천원짜리이나, 편의점에서 2개짜기 3천원을 사는 게 더 좋다.! 

 (저는 몰라서 일단 천원짜리 하나를 사버렸다능.. 생각보다 소진속도가 빠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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