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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02. 2023

집을 살피는 기분에 대해

제주도 한달살이 D+7 / 이틀째 국은 쉬고, 3일째 밥이 쉬고

오늘은 친구와의 마지막 일정이 있는 날이다. 3일 동안 열심히 쏘다닌 친구는 내일 오전 8시 15분이면 비행기를 타고 오후에 출근을 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그래서 마지막 연휴날인 오늘은 멀리 나가기보다는 근처 제주도에서 먹고 싶었던 음식을 먹으며 몸보신을 하고 함께 가볍게 방청소를 하기로 했다.


친구의 제주도 최애 음식은 몸국이다. 아직 제주도에서 몸국을 먹어본 적이 없는 나 또한 약간 설레는 마음으로 근처 음식집을 향했다. 미역국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좋아할 거라는 몸국!  사실 미역국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어서 고민을 하였지만, 그래도 제주도에서 많이들 먹는 음식이기 때문에 한 번은 먹어보자는 마음으로 몸국을 도전하였다.


역시나 미역국을 그다지 좋아하는 편이 아닌 나는 흡족하지는 못했지만 몸국이라는 것을 먹어보았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집으로 향하였다.

아쉬운 마음을 스타벅스에서 파는 제주한정음료는 금귤 음료로 상큼하게 채우고 집으로 향했다. 친구와 나는 일단 빨래를 돌린 다음, 세탁을 기다리는 동안, 잠시 각자의 쉼을 가지었다. 그리고 세탁이 끝나자. 약속이나 한 듯 함께 일어나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친구는 자기가 방문하기 전처럼 집을 깨끗하게 해 주겠다며 청소기를 가지고 온다. 나는 그동안, 찍찍이 돌돌이를 들고 침대와 소파를  청소한다. 친구가 빨래를 널 때면, 나는 빨래를 털어서 건네주었다. 착착 진행이 되는 와중 친구에게 그러고 보니 우리 집에서 밥 한 끼 먹을 줄 알았는데, 하며 밥 통을 열었다.


밥테두리가 노랗게 변색이 되어 있고 습기가 찬 부분에는 불투명한 흰색의 점성을 가진 액체가 있었다.  3일 동안 밥을 먹지 않았고, 그 밥을 보온상태의 밥솥에 둔 것은 아니지만, 그대로 방치해 둔 결과  상한 것이다. 어제에 이어서 상한 음식이 또 생겼다. 어제 청국장은 뚜껑을 여니  겉표면에 약간의 회백색의 막이 생성된 것을 보았다. 딱 봐도 아닌 것 같지만 원래 청국장인 이 음식의 냄새가 이런 것인가? 살짝 의문이 들면서 친구에게 물어보았다. 친구는 상했다며, 국을 매일 끓였었냐고 물어본다. 당연히 아니다. 매일 끓여야 한다. 엄마말씀 데로다. 진짜 상했다. 진짜.. 곰팡이다

친구의 방문으로 열심히 함께 외식을 하면서 집을 방치해 두었더니, 음식들이 상하기 시작한 것이다. 엄마가 왜 매일 국을 끓이고, 밥을 소분하여 냉동실에 넣는지에 대해 알게 되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빨래를 세탁기에 넣어두는  나의 모습을 보고 친구가 적잔하게 놀래했다. 빨래 바구니처럼 세탁기를 쓰면 안 되는 거냐는 말에 젖은 세탁물을 그대로 넣어두면 옷에서 냄새가 난다고 한다. 그리고 세탁기도 곰팡이 생기고 안 좋다며, 바로 세탁기를 돌리고 나서는 세탁기 뚜껑을 닫는 게 아니라, 열어두라고 한다.


집에 있을 때면 난 늘 세탁기를 닫았다. 통세탁기를 닫으면 받침대처럼 그 위에 물건을 둘 수 있어서 난 그 세탁기 위에 나의 목욕 바구니를 올리고, 갈아입을 옷을 준비해 놓았었다.  우리 집은 일반 다세대 주택으로 만들어진 집이라 화장대나 수납공간이 많이 부족하다. 그래서 무언가를 보관할 방법이 없어 매번 샤워를 할 때면 나는 나만의 목욕 바구니를 꾸려갔었고, 이 불편함을 어필이라도 하듯 세탁기 뚜껑을 늘 꼭 닫았고, 춥다고 화장실 창문을 꼭꼭 닫았었는데, 엄마에게 소중한 것을 대충 다루었던 것 같다. 세탁이 끝난 후 건조기를 돌린 옷은 쪼그라 들었다. 쪼그라든다는 말들이 있어서,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었고, 생각보다는 조금 쪼그라 들었네 하면서 건조기의 편의성과 옷의 가치를 저울질 해보았다. 건조기라서 해서 항상 좋은 것은 아닌 것 같다.


생각처럼 뚝딱되는 것이 아니라 2시간 정도는 건조기를 써야 하는 것이다. 또한, 건조기능이 끝나면 바로 개야 해서, 그 시간이 묶인다. 그냥 건조대에 널면 널어둔 후로  다른 일을 하면 된다. 그래서 나름 머릿속의 합의점을 둔 것은 비 오는 날. 그리고 어느 정도 널었다가, 빨리 마무리를 하고 싶을 때 건조기를 돌려서 마무리하는 것이다. 전기세를 많이 먹는다는 건조기 과연, 얼마나 전기세를 줄지 마음이 조이면서 이제 친구가 퇴실을 하면 본격적으로 이것저것 좀 아껴 써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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