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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07. 2023

날씨예보에서 비 온다고 했는데, 현실은 두피화상걱정

제주도 한달살이 D+11 / 날씨변화만큼 요지경세상

어제 분명 오늘 비가 온다고 했는데, 눈을 떠 보이는 창문에 들어오는 채광이 어제보다 좋다. 시간을 본다. 7시. 햇빛이 잘 들어와서 두 눈이 떠진 것 같다. 일어나자마자 창문을 향해갔다. 비가 안 온다. 날씨 예보를 확인해 본다. 오늘 3시서부터 비가 온다고 예보가 바뀌었다. 오늘 비가 올 거라고 예상하곤 실내코스를 계획했었는데, 다른 코스가 생각나지 않는다. 그래, 오늘 여차피 3시쯤에 비가 올 수 있다고 하니 안전하게 일단 가려고 했던 곳으로 가고 비가 안 오면 다른 곳도 더 돌아보자라고 생각한다.


우산은 어제 망가져서 이제 없다. 가장 먼저 해야 할 것은 우산을 사야 하는 것이다. 제주에서는 힘없는 3단 우산은 필요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장우산을 사서, 다시 가지고 올 것을 생각하니 끔찍하다는 생각이 든다. 갑자기 머릿속에 떠 오른 대안. 여차피 서울에 가도 3단 우산이 없는 것은 바뀌지 않는 사실이니 스타벅스에서 한정판으로 판매하는 3단 우산을 사고, 우비를 여분으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다. 10시에 개관이니 9시부터 슬슬 움직인다. 이제 비가 올 때 이 우산을 쓰면 제주도가 생각날까? 이런 생각을 해본다. 3단 우산이 그렇게 무력한 것인가 싶을 정도로 힘없이 앞뒤로 뒤집어지는 경험, 경황없이 비를 피하려고 들어간 곳에서 본 흑구를 보고 놀란 마음.  그래, 비가 올 때마다 제주도 한달살이의 추억이 많이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버스도 잘 타고, 우산도 있고 든든하게 있다. 친구와 함께 카페를 가면서 버스 안에서 우연히 보곤 가보자고 이야기하곤 일정이 안 나서 가보지 못한 곳을 혼자서 가본다.


인터넷에서 정보를 찾는 것뿐만 아니라, 이렇게 교통이동 중에 알게 되는 곳을 가는 것도 꽤 괜찮은 방법 같아, 요즘 교통이용 시 잘 살펴보는 편이다.


나는 레고를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레고가 가지고 있는 순수성과 설계를 하는 치밀함이 무언가를 창작할 수 있는 오묘한 결정체라는 점에 관심이 갔다. 실제로 레고를 가지고 작품을 만드는 사람들을 레고아티스트라고 한다.


레고 회사의 종류와 그리고 레고 작품의 종류 그리고 작품별로 설명과 어떤 주안점을 가지고 보면 좋을지 설명이 되어 있는 브릭캠퍼스에서 한 참을 재미있게 보았다. 그리고 이참에 알게 된 것으로는 레고는 어린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이기 때문에 군대 관련 제품은 만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렇다, 이런 순수함을 좋아하는 것 같다. 손끝에서 치밀하게 쌓아 올린 창의성.


재미있게 관람을 한 뒤 나오니, 어제 내 우산을 그렇게 뒤집었던 하늘이 맞나 싶을 정도로 해가 쨍하니 떴다.이런, 내 두피. 사실 해변에서 정오에 잠깐 있던 그날 내 두피를 화상을 입었다. 두피브러시로 머리를 빗다가 아파서 뭐지 싶었다. 한번 의식이 가서 그런지 계속해서 느껴지는 열감에 저녁에 화장실에서 카메라로 내 두피를 찍고선 붉은 것이 내심 신경이 쓰였다.


다음날 아침 친구가 있었을 때라, 친구에게 내 두피가 어때 보이냐고 물어보니, 사실은 어제부터 붉어보였다고 한다. 이런! 두피가 화상 입은 것이다. 그래서 들고 온 모자를 쓰고 다니다가 비가 와서 모자를 쓰지 않았다. 그리고 오늘도 당연히 비가 예상되는 날씨여서 모자를 챙기지 않았고 우산을 구매하기 바빴다. 그런데 지금은 두피가 걱정될 정도로 태양이 강하다. 오늘 날씨 상황을 다시 보니 이번에는 6시이후에 비가 온다고 한다.

어이가 없어서 실소가 나올 것 같다.


두 다리도 문제지만 다음 정류장까지 타고 있는 내 두피가 걱정이 되어 티켓 종이쪼가리로 정수리 부분을 가리면서 정류장으로 간다. 날씨가 너무 좋다. 이렇게 숙소로 가기에는 아쉽고,  돌아다니기에는 모자가 없어 두피가 걱정된다. 아쉬운 마음에 우산을 펼쳐서 양산처럼 쓰면서 가고 있다. 양우산이 아니어서 제대로 차단이 되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안 쓰는 것보다는 좋겠지라는 마음으로 우산을 쓰고 간다. 가죽재킷을 입고 나았는데, 몸에서 땀이 나고 잘 식지 않는 것이 느껴진다. 날씨가 롤러코스터 같다.

비가 많이 와서 실내코스 태양이 강해도 실내코스 어쩔 수 없는 것인가? 내일이면 또 비가 온다는 소식에 일단은 일정을 추가하여 점심식사를 하러 간다. 작년 먼저 제주도 한달살이를 했던 언니의 숙소 근처의 맛집으로 알려준 곳이다.  식사 중 날씨 예보를 보니 이번에는 8시에 비가 온다고 한다.


생각보다 이 골목에 세련된 곳들이 있다. 눈길을 사로잡는 소품샾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들어가 보았다. 제주도 선물샾에는 딱히 들어가지 않는데 이곳은 스리슬쩍 들어가 보게 되었다.


눈에 띄는 몇몇 제품들이 있다. 이 와중에도 셀프 제주도 선물로는 우산을 사서 끝인데, 마음을 자제 중인데.

눈에 들어오는 제품이 있다. 제주도에서 만든 반려동물 간식이다.   작은언니가의 댕댕이가 생각났다. 그래, 작은 언니 선물을 이거다! 싶다는 생각에 바로 구입을 하게 되었다. 제주도 한달살이를 해서 좋은 점 중에 하나는 선물을 제대로 고를 수 있다는 점이다. 뭔가 여행을 갔다 오면 소소하게 그래도 선물을 사가려고 하는 편인데, 짧은 기간의 마지막에 보통 선물을 사다 보니 재래시장에서 과자를 사가게 된다. 하지만 한달살이를 하는 동안에는 그럴 필요가 없다. 어떤 물건을 보고 누군가가 생각나는 제품을 만나면 그때 가서 구입하면 된다. 지금까지 친한 언니의 선물로 비누, 아빠 선물로 육포, 그리고 작은언니의 선물로 반려동물 간식을 샀다.


다음에는 또 어디서 어떤 소품을 만날까 그런 생각이 든다. 기분 좋게 발걸음을 점심식사를 하고, 서점 투어 코스를 갈 예정이다. 제주도 종이잡지서점과 제주도의 교보문고라고 하는 한라서점을 방문할 예정이다. 제주도 와서야 알게 된 사실 중에 하나는 제주도에는 교보문고, 영풍문고 등이 없다. 한달살이가 아니라면 방문하지 않을 것 같은 한라서점을 방문하였다. 도보 35분이라는 거리를 걸어가면서, 역시 제주도 도보시간은 믿을 게 못된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무래도 제주도는 오름이 많고 한라산을 중심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오르막길이 많다. 35분 동안 어쩌면  그 이상을 걸었다. 커피를 마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쯤 백다방이 눈에 보였다. 들릴까? 생각도 들었다.


그래도 제주도 왔는데, 최대한 제주도스러운 것들을 먹어야지 하면서 길을 간다. 그러다가 우연히 본 카페.

내심 이쁘다는 생각이 든다. 들어가 보고 싶은 욕구가 생겼으나, 지금은 가야 할 곳이 있어서 그곳에서 지체되는 시간을 보고 이곳을 들릴지 말지를 생각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도착한 서점. 서점은 내가 생각한 것과는 다소 차이가 있었고, 원하는 책을 찾을 수 없어 아쉬운 마음으로 발길을 돌린다.


그전에 잠깐 들린 종이잡지서점도 임시휴업이어서 헛걸음을 했는데, 이렇게 오늘의 서점투어가 아쉽게 마무리가 되었다.


다시 되돌아가는 길에 그 카페이 들려보았다. 깔끔한 화이트 배경에 초록색으로 포인트가 되어 있다. 그리고 가구는 우드가 아닌, 메탈이나 플라스틱인 것이 도시적인 느낌을 준다. 더위와 아쉬운 마음에 해결될 거라는 직감이 들었다.

아메리카노를 주문하고 받으러 가면서 물어보았다. 왜 그런데 dte coffee죠? 본인 생일에서 약자를 따온 것이라고 한다. 


"오, 그러면 사장님이세요?"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었다.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고 있다는 말에, 혼자서 하냐면서 대단하고 말씀을 하신다. 제주도가 어떤 것 같냐는 말에, 좋다고 대답하자. 사장님은 본인은 제주도에 쭉 있어서 좋은지 잘 모르겠다고 하신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멋진 매장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멋있다고 했다. 원두 로스팅 기계도 있던데 직접 하시냐고 물어보자. 원두도 직접 하신 다고 한다.

이런 공간에서 커피 향을 맡고 있을 사장님의 일상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장님도 쭉 사장님으로 있어서 잘 모르시려나?라는 생각이 들면서뭔가 서로에 대한 묘한 동경심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사장님은 서비스로 휘낭시에를 하나 주셨다. 오늘, 나의 한달살이의 아쉬움을 달래는 주는 소소하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사장님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가는 길 이 날씨가 내 인생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비가 온다고 했다가, 햇빛이 째고 내가 준비했던 것들은 무너지고, 다른 방비책을 준비하니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다니기에는  몸이 힘들고, 몸이 힘들지 않기 위해서는 택시를 타면 좋은데 택시를 타려면 현금이 있어야 하고, 택시를 애초에 타지 않고 차가 있다면 좋을 텐데 생각이 드니, 그러려면 자본이 있어야 하고


그러다가, 결국은 내가 이렇게 해도 저렇게 해도하늘을 내 뜻대로 할 수 없다면  내 생각하기 나름이지 않나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행 팁

- 우비가 있다면 챙겨 오세요.

- 음식물 쓰레기는 t머니로만 결제가 되니, 카드가 있다면 챙겨 오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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