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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08. 2023

이렇게 까지 나에게 퍼붓는 사랑을 한 적이 있던가?

제주도 한달살이 D+13 / 이런 순간을 또 만들고 싶다.

함덕해변은 3번째 방문이다. 이번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면서 손에 닿을 거리의 바다는 처음이고, 혼자서 함덕해변을 찾은 것도 처음이다. 이렇게 넋 놓고 바다를 볼 수 있는 것 자체가 행복이지 행복은 별개 없어. 이런 생각을 하다가도 아닌 것 같다. 이 시간에 이렇게 있는  것 자체가 대단한 것이다. 비성수기, 평일. 시간적인 제약이 전혀 없는 사람 이라는 생각이 든다.


별 거 아닌 것 같은 행복에도 어쩌면 엄청난 행복이었던 것은 아닐까 생각하며 내 인생에서 이런 기회가 또 있을까 생각이 든다. 아마 없지 않을까 생각을 하면서도, 다시 이 순간을 맞이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저번 성수기 때 카페를 방문했을 때는 연인이 렌트한 차가 있어 다행히도 급하게 잠시 머물 수 있었던 공간이다. 아쉬운 마음에 이번에 들렸는데, 이번에는 꽤 자리가 비어 있다. 좋은 전망의 자리에 얼른 가방을 올려다 놓는다.


오늘은 다행히 모자를 잘 쓰고 와 그런지, 햇빛에 당당하다. 자리를 잡자마자, 행복하다라는 감탄사가 나왔다.

아까 보았던 함덕해변이지만, 보는 위치에 따라서 바다가 다르게 보인다. 음료를 가지고 와서는 또 감탄사가 나온다. 오늘은 자꾸만 콧노래가 나온다. 햇빛을 받을 트레이가 반짝인다. 예쁘다. 별 것이 아닌 사물도 햇빛을 듬뿍 받으면 예쁘다.


그리고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가 나를 이렇게 퍼붓듯이 사랑해 주었던 적이 있는가? 없다. 나는 늘 초조했고 불안했다. 그래서 그 불안감에 잠식이 되어서 백수기간을 힘들게 보내었다. 그나마 저번 공백에서는 집안에서 이런저런 활동을 하면서 좋게 보냈다.


하지만, 이번에는 한달살이를 하러 훌쩍 떠났다. 간간히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면서 모았던 돈으로 한달살이를 하기 때문에 경비에 대한 심적부담이 적다. 세세하게는 아껴 쓰는 부분이 있겠지만 일단 총경비로 500만 원까지 여유분을 잡고 와서 설마 500만 원 이상을 쓰겠어? 이 마음으로 지내고 있다. 나름 짠순이인 내가, 이렇게

돈의 상한을 높이 두고 쓰는 일은 드물다. 숫자단위가 바뀌는 10만 원이 넘으면 왠지 마음에서 거부감이 들고  100만 원이 들면 손이 떨리는 내가! 그런 내가  돈을 후하게 쓴다고 느껴질 때는 바로  음식을 주문할 때이다.


혼자 하는 여행에서 아쉬운 점은 아무래도 한정적인 식사량이다. 친구들과 혹은 연인과 함께 할 때는 한 음식집에서 여러 다양한 음식을 시켜 먹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나 홀로 혼자 여행을 하다 보니 음식을 주문할 때 순간 고민하게 된다. 보말 칼국수에 만두도 먹고 싶어. 해물라면에 해물김밥도 먹고 싶어. 둘 다 주문을 할 경우 보통은 18000~20000원 정도의 가격이 형성된다.


이 정도 식사가격은 서울에서 친구들과 모임이 있을 때 쓰는 가격이다. 하지만, 이곳에서는 주춤하지 않고, 시그니쳐 메뉴들을 주문한다. 집에 있을 때는 배달비가 아까운데  습관이 들릴까봐  배달앱을 설치도 미루다가 코로나에 걸리고 나서야 깔았던 나다. 그런 내가 여기서는 이곳에서만 파는 배달음식들도 배달주문을 한다. 물론, 돈을 지불했는데 음식을 버리게 되는 것에 대한 아까움은 있지만, 한 끼에 가격에 그 정도를 쓰는 것에 대한 거부감이 낮다.


그래서 메뉴를 살펴보곤 먹고 싶은 메뉴가 2개 정도가 되면 포장이 되는지를 여쭈어보고, 가능하다고 하면 애매하게 남은 음식은 숙소에 가져와서 다른 반찬과 함께 식사를 한다.


내가 나에게 이렇게 돈에 대해 관대했던 적이 있던가 그런 생각이 지절로 든다.  그리고 언젠가 다시 한번 이런 순간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내가 한 퇴사는 잘한 것인지, 못한 것인지, 더 버티었어야 했던 것인지 의문이 남고, 여기서 어떤 결론을 내리고 싶었는데 결론이 필요 없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금처럼 좋은 순간을 다시 한번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더 커졌다.


언제가 좋을까 생각을 해보니, 나는 왜 다시 직장생활이 연상되지 않고 프리래서 1년 차 기준으로 최저임금만큼만 벌어도 좋은 시작이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만약에 프리랜서를 선언하고 1년에 2400만 원 이상 벌면, 성공적이다. 독립 성공기념으로 또 올까? 이런 생각이 든다. 나름 괜찮은 동기 부여가 될 거 같다.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흘러간다. 나에게 관대해지는 이런 한 달을 또 누리고 싶다.



여행팁

- 뚜벅이라면 내가 걸을 길을 거리뷰로 확인해 보자, 생각보다 위험한 길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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