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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May 11. 2023

여행 중 퇴사한 회사를 생각하다.

제주도 한달살이 D+15 / 돈이 뭐라고

어느새 오늘의 도착지는 두 명의 친구로부터 추천받은 북카페이다. 비가 오는 날에 오면 좋은 실내코스지만, 비 오는 날에는 숙소에 있는 것이 가장 좋음을 이번 호우경보에 몸소 느끼며, 해가 쨍한 날에 왔다.


날씨가 맑고 오픈시간에 맞추어서 갔더니, 내가 첫 손님인 것 같다. 음료를 주문하고 책을 두 권 골랐다. 하나는 새별일기라는 독립출간물로, 새별오름을  오르내리면서 쓰레기를 3년 동안 주은 저자의 일기이다.


나머지 하나는 3년 이내 퇴사해서  자신이 좋아하는 가게를 차린 사람들의 인터뷰 집이다. 하나는 제주스러움을 느끼고 싶어서  고른 도서이고, 나머지 하나는 퇴사와 관련된 책이서 고른 도서다.

새별일기는 얇은 도서여서  그 자리에서 완독을 하였고, 나머지 도서는 완독을 하지 못했지만, 여행의 여운으로 나중에 제주도가 생각날 때  이 책을 다시 들어서 읽어볼까 한다. 충분히 북카페를 즐긴 후 나왔는데,  운이 좋게도 배차 간격이 안 좋은 버스가  바로 와서 시간여유가 되었다.


그래서 혼자서 협재해수욕장을 가본다. 오늘도 제주도 수학여행을 온 듯한 학생들이 많다. 바다를 보며 묘하게 긴장된 마음이 들어 마음을 다듬고,  경영관리팀 사람에게 경력증명서양식이 있는 사이트링크와  경력증명서를 요청하는  메시지를 남기고, 통화도 걸었다. 받지도 읽지도 않는다. 퇴사 전부터 요청했고, 해준다고 했는데 왜 그런지 이해가 안 된다.

후. 혹시 이분이 회사가 싫어서 내가 신고라도 해주길 바라는 건가 터무니없는 상상을 하곤, 이내 마음을 접는다.

바다에 발을 담그고 싶어 진다. 슬리퍼가 없다. 아쉬움이 생긴다.  다음에는 아예 날을 잡고 한 번 슬리퍼를 들고 함덕해변으로 갈까 한다. 아직까지 바다에 발을 담근 적이 없다. 열심히 가지고 온 슬리퍼가 썩혀지고 있다.

바다까지 보고 식사도 들어와 보니 7시가 되었다. 오늘은 편하게 쉬는 날로 생각하고 북카페만 들려도 성공이다라고 생각했는데, 3일 연속 열심히 다니고 있어 약간 피곤하다. 적당히 마무리를 하고 자고 싶은데,  오늘은 유난히 내 핸드폰이 바쁘다. 


일찍 자야지 할 때쯤, 친구로부터 연락이 와서 통화를 하다 보니 길어졌다.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는 동안 놀러 온 친구여서 내심 내가 잘 지내는 지도 궁금하고 걱정이 되어서 전화를 한 것이다. 운동 중이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편하게 했다. 친구가 나의 일기장인 것처럼 오늘 들었던 생각들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하게 되었다.


이야기의 주제는 퇴사다. 오늘 회사로 부터 마지막 돈이 입금되었다. 이제 전에 다니던 회사와 나는 금전적으로 모든 관계가 끝이 났다. 돈을 인간적으로 벌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돈은 애초에 인간이 아닌데, 돈을 인간적으로 벌고 싶다는 것은 말이 되는 건지, 또  인간적이다는 것은 무엇인지 의문이 든다.


회사와 마무리가 좋지 않았다. 그래서 3년 반이라는 기간 열심히 일해왔던 것과는 달리, 아마 외주도 받지 못할 것이다. 좋지 않게 나왔기 때문에 전 회사로부터 외주를 받고 싶다는 생각은 없다. 아니, 그런데 내 마음에는 아쉬움이 있다. 외주를 받지 못함에 대해서 아쉬움이 있다. 왜 인가?


나도 결국 실질적은 모습과 이상적인 내가 많이 다른 위선자인 건 아닌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문득 든 생각은 그래, 내가 아쉬운 것은 3년 반동안 일한 것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결론지어진 것에 대한 아쉬움인 것이다. 외주자체, 즉 돈벌이 거리가 없는 것에 대한 아쉬움이 아니다. 이때 까지 일했던 것의 평가에 대한 아쉬움. 그래, 버티어서 이만큼 왔으면 잘한 거다. 그들의 평가가 중요하지 않다 생각하지만 실질적인 나의 열정이 아깝게 소비되어 아쉽다. 생각하며, 그런데 왜 경력증명서는 발급을 안 해준담 후. 이런 일렬의 이야기를 친구와 주고 받았다. 친구와의 통화 이후 연인과의 통화까지 하고보니 11:5분이다. 이 시간 노트북을 열어 일기를 쓰는 것은 


제주도 한달살이를 하면서 매일 일기를 쓰는 것이

내 소정의 목표이기때문이다. 일기는 쓸 때는 힘들지만,

나중에 다시 읽을 때의 행복이 있다. 


내가 이런 생각을 했던 사람인가.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이 되어 글을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일기를 자꾸 주저리 주러 쓰고 있다. 이런저런 생각들이 많아지는데, 대화 상대가 없다 보니 생각보다 일기에 많이 쏟아붓게 된다. 잠이 몰려올 때 옹알이를 하듯이 지금의 내가 그런 것인가. 오늘은 여기서 일기를 마무리 지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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