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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HOOT Oct 06. 2023

에너지 총량을 관리하자

휩쓸리다가는 나조차 사라질 것 같다.

추석 중 갑작스러운 어머니의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아가는 일로 정신이 없었다. 아침부터 배가 아프시다는 어머니는 이런저런 약을 드시더니 3시쯤 갑작스럽게 내 방문을 열더니,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하신다. 그 와중에 버스를 타고 가자는 말을 만류하고 택시를 불렀다. 택시를 타고 가는 동안에도 엄마는 복통을 호소하셨다. 다음에는 무조건 119를 불러야지 다짐했다. 알아서 가장 빨리 진료 볼 수 있는 곳으로 가니.. 어렵게 도착한 응급실에는 이미 만원으로 대기시간만 2시간이었다. 다른 병원으로 이동을 한다고 하여도, 교통시간과 더불어 그 병원에서도 대기 시간이 발생할 생각을 하니, 어쩔 수 없이 2시간을 대기하였다.


그 시간이 나를 너무도 힘들게 했었다. 아파하는 엄마에게 어떤 일도 할 수 없었다.  애꿎은 등을 쓸어주고, 물을 건네주고, 괜스레 어떻게 안되냐며 행정과에 문의를 해보지만 실질적인 도움이 되는 것은 없었다.


긴 기다림을 버티고 들어간 병원 진료는 1시간으로 수액을 맞고 이런저런 검사가 진행되었다. 일단 진료실로 들어가니 마음이 놓이면서 약간의 허기짐이 왔지만 언제 보호자를 부를지 모른다는 생각에 어정쩡하게 편의점에 가서 녹차뺴빼로를 사 먹었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 과자가 아니었다면 나는 1시에서 9시까지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있었을 뻔했던 것이다.


검사결과 요로결석이라고 한다. 입원을 권장하여 행정절차를 밟는 것만 하여도 1시간이 되었다. 아무래도 갑자기 또 아플 수 있는 데 괜히 응급실 들락거리면서 고생하는 것보다는 입원 후 다음날 전문의 진찰을 보는 것이 내가 생각해도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일요일에서 수요일까지 총 4일을 병원에 입원하셨다. 정신없는 나날들이었다. 응급실에 급하게 가고, 언니들에게는 언제 전달할지, 수술은 언제 받는 건지, 현금은 얼마나 준비해야 하는지, 밥을 사느라고, 퇴원 수속까지. 고민의 고민..


정신적으로 조금의 여유가 생기려 그러니 추석이 지나고 갑작스럽게 추워진 날씨에 친구들이 더 추워지기 전에 보는 것이 좋은 것 같아서 약속을 요청하고 있다. 여기까지 좋았는데, 생각지 못한 변수가 2개나 생겼다.


이번 실업급여는 온라인 신청이 아니라, 고용노동부에 직접 방문하여 구직활동을 증명하라고 한다. 면접까지 잡혔다.  한정된 에너지 안에서 처리해야 할 일들이 늘어나고 있다. 결혼 준비를 하면서 홀투어도 해야 하는데  에너지 관리가 안된다. 이것도 둘이 소통을 꾸준히 해야 하는데, 연인이 일하는 환경은 소통이 어려운 환경이다. 답답하다.


내향인은 외부약속이 계속 있는 것만 하여도 지친다.

결국은 주말에 만나는 친구들의 약속을 미루는 것을 요청했다. 정말 오랜만에 만나는 친구들이고, 또 친구가 고양이를 별나라에 보내고 만나는 첫자리여서 내심 가장보고 싶었는데.. 아쉬움이 크다.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생각하자.

가정이다. 지금 소속된 가정의 평화와 미래의 가정을 위한 준비.

그다음은 생계와 관련이 된 커리어 부분이다.

친구들의 약속을 잘 정리해야겠다.


여기서 내가 느낀 또 다른 하나는 회사를 다닐 때는 어떻게 되든, 결과적으로

한 달이 지나면 돈이라는 물증이 남는다. 물증은 바쁨의 대가를 시각적으로 보여준다는 점에서 약간의 위로가 된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런 것이 없다. 이렇게 바쁘게 시간을 보내도 남는 물증이 없다는 것은 씁쓸하다. 그러니 물증이 남는 것들에 먼저 방점을 찍자.


에너지 관리, 우선순위, 그리고 물증 이것은 지금 나에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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