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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를 바라보는 에고와 셀프.

회사는 회사일뿐

by SHOOT

중고 신입으로 새로운 산업군 직종으로 변경하여 시작해 당연스럽게도 좋은 곳을 입사한 적이 없다. 왜 이런 환경에만 놓이는 것인가에 대해 꽤 긴 시간 세상을 원망하고 처지를 한탄하다가 조금 익숙해졌다. 지금 와 생각해보면 아무 학력도, 경력도 없는 나를 받아 들이는 곳 중에 얼마나 좋은 곳이 있겠는가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것을 알기까지 아주 오랜 시간이 지났다. 당연하게도 회사라면, 인간이라면, 21세기라면 그럴 수 없다는생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살았다.


지금이야 실력과 경력이 어느 정도 쌓여 신입 입사때에 비하며 내가 생각하는 회사라는 허상과 실체의 간극의 차이가 줄어들어 말할 수 있는 나이가 되었다. 학교에서 주입식 교육으로 받아왔던 공평한, 정의로운 사회가 아니라는 것쯤은 알게 되었다. 오히려 공교육의 권위와 교육에 순응적으로 살아온 이들이 현실과의 괴리에 상처를 입고 떨어지는 모습을 자주 보았고, 나 또한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다.


몇일 전 에고와 셀프의 차이를 알게 되었다. 에고는 나라는 특별한 존재에 대해 집중한다면, 셀프는 나자신 자체를 말한다. 그리고 이 것이 어쩌면 허심타래하게 '나'라는 사람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이해하게 된 부분과 같은 맥락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내가 굉장히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고, 내가 생각하는 평균은 남들보다 높았다는 것을 하나하나 받아 들이게 되었다. 회사도 마찬가지지 않을까. 몇몇 주변 사람들은 회사로부터 배울 것이 없다고 한다. 대기업처럼 모든 회사에 거창한 기업정신을 가지고 이상적으로 일하지 않고, 그져 흔한 우리들의 삶처럼 하루하루 밥벌이를 고민하는 회사를 가진 평범한 조직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러니 회사로부터 바라는 것이 사라지고, 그져 최소한의 것을 바라게 되었다. 하지만 늘 긴장을 한다.


이것은 어쩔 수 없는 나의 사회경험때문일 것이다. 회사는 언제고 나를 짜를 수 있다. 그렇다. 회사도 평범한 밥벌이를 하는 나보다 조금 큰 , 기업정신을 운운하기에는 작은 평범하고 적당한 작은 회사다. 그러니, 회사의 경제적인 어려움, 혹은 어떤 결단을 내려야할 때가 되면 내쳐질 존재가 직원이라고 생각한다. 조금은 버거운 외주일이 들어오는 것을 내치지 않고 어떻게든 품고 진행하려고 하는 의지의 원동력은 이것이다. 언제 내쳐지더라도 상관 없는 존재. 세상은 원래 그랬고, 그때 경제적으로나 심적으로나 나는 무너지고 싶지 않다. 상처받고 싶지 않은 사람의 흔한 마음일 것이다.


정신없이 일을 하고 다시 브런치스토리 창을 키니 벌써 시간이 11:53분이다. 긴 이야기를 하려다가 급하게 마무리가 되는 듯하지만. 오늘도 닥쳐온 일을 잘 해내고, 또 내일 닥쳐올 일들에 힘내 일하기 위해 잠자러 가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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