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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른 쉼을 질책해 본다.

쉼의 질

by SHOOT

잠시의 쉼. 잠시의 게으름. 조차도 죄책감이 든다. 효율성을 지향하면서도 실행하지도 않은 채 SNS을 통해 쏟아지는 성공한 사람들을 되새김질한다. 쉬면서 어떻게 해야 진정한 쉼인가에 대해 생각하니, 지금의 나는 제대로 된 쉼이라기보다는 무기력에 가깝다. 쉽게 얻는 즐거움에 중독이 되어, 유튜브와 넥플릭스를 들여다본다. 끊김 없이 흘러가는 영상에 주도권을 상실한 채 시간을 보낸다. 생각해 보면, 이렇게 까지는 아니었는데 어느덧 일상에 쉼 없이 떠들어 대는 영상 등이 함께 있다. 이 영상을 다보면, 더는 보지 말아야지 하지만 바로 이어지는 영상에 넋을 또 잃는다. 분명 쉬고 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면 지쳐가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왜일까.

이번 수요일을 마지막으로 연이은 프로젝트가 마무리되고 지친 나는 보상이라도 하듯 오히려 몸에 나쁘지만 자극적인 음식들로 배를 채우고 있다. 일이 주는 성취감과 별개로 이번에는 회사일과 외주일로 많이 지쳐있음을 스스로도 느낀다. 그러면서도 일이 주는 도파민이 아닌 다른 영역에서의 신선한 자극을 받고 싶다. 하지만 시간은 제약적이라 3주간 친정집에 있으면도 제대로 된 오프라인 쇼핑도 하지 못했다. 신선한 자극이라는 생각을 해보니, 결혼 후 제대로 된 데이트를 한 적이 없고, 벌써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 무엇을 했는고 되돌아보면 급급하게 생활꾸리기에 적응하기 바빴다. 그리고 아직 남아있는 1주년 전 2개월도 그리고 내지 않을까 싶다.


부부의 연애활동

남편은 집에서 이렇게 시간을 보내는 것이 데이 트지 않냐고 할 때 면 것도 그런 것 같네라고 생각하다가도, 온전한 게 동의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본다. 생각해 보면 한쪽이라도 데이트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데이트가 아닐 것이다. 그럼 데이트란 무엇인가 생각해 보니, 그 기준 또한 애매하다, 결혼은 그 경계가 애매하다. 함께 장을 보다 쇼핑을 하다 것도 데이트라고 할 법한 것인 게, 흔히 연인관계에서 밥 먹고 커피 먹고 가 데이 트지 않는가. 부부지만 연애활동에 대한 고민이 든다. 결혼 후 내 데이트의 기준은 새로운 경험을 함께 나누는 것 같다. 인생설계를 함께 자는 것은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눠봐야겠지만, 숙제처럼 번거롭고 생각하기 싫은 것이다.



일, 가정이 균형이 잡힌 상태에서야 도약을 꿈꿀 수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밸런스를 잡는 것도 끊임없이 미세한 근육들을 쓰며 조정하는 것이다. 무너진 균형을 다시 되찾는 것은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그리고 지금 난 그 변곡점을 지나고 있다. 불행 중 다행인지, 남편이 출장을 가는 동안, 오히려 친정집에 방문하여 일에 몰입하며 시간을 보냈고, 남편이 돌아온 지금은 봄맞이 준비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벌써 1년의 1/4이 지나갔다. 지금 와 다이어리를 보면 빼곡히 적힌 것은 살림과 일에 대한 일정뿐이다


남편이 돌아와서는 정신없이 시어머니댁과 친정댁을 빠르게 방문하곤 우리의 신혼집으로 와서 잠을 자게 되었다. 그리고 다음날, 정신없이 캐리어에서 꺼낸 옷들을 정리한다. 빨랫감, 드라이클리닝 할 것, 그리고 헌 옷으로 팔 것 등 그리고 쌓인 택배 물들을 정리 하면 잡화들을 정리한다. 정신을 차리고 어제 이동시간에 적어나갔던 이 브런치 글을 다시 켜보는 시각이 8시쯤이 되었다.


쉼도, 놀이도 없던 1/4일이다. 결과는 꽤 괜찮은 부수입을 창출하였다. 앞으로 몇 가지 일이 더 들어올 것 같지만, 확실히 언제까지고 들어올지도 모른다. 지금 가장 희망하는 것은 건강한 쉼과 놀이이다. 나에게 놀이란.. 생각해 보면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취미활동이니 놀이이다. 하지만 영감을 주는 것은 아니다. 뭔가 신선한 것을 원하지만 쉽지가 않다. 외주일이 들어올 때면 글을 쓰는 시간도 조차도 시간에 쫓기여 우선순위에 밀리게 되는 데 이번에 느낀 바는 이럴 때 일 수록 정신을 차려야 하는 것이다.


육체적 쉼뿐만 아니라 심적인 쉼은 어쩌면 놀이와 가깝지 않을까 싶다. 가깝게 영감을 얻을 수 있는 것 중에 하나가 그나마 소비를 통해서 브랜드를 살펴보는 것이지 않을까 싶다. 소비가 놀이가 되는 순간 경제적인 부담이 되지 않을까라는 조심스러운 걱정이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밥벌이를 하고 그 이상의 커리어적인 부분의 성취가 있다면 꽤 괜찮은 소비이지 않을까란 생각이 든다. 일단 오늘 욕조에 물을 올려봐야겠다. 시간은 늦었지만, 내일은 연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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